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노년층 달래기에 나섰다. 기초연금 축소 등 복지 관련 핵심 대선공약이 후퇴하면서 야당의 거센 반발과 신뢰 이미지 훼손 등 부정적 여론을 조기에 진화하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27일 제17회 '노인의 날'을 맞아 대한노인회 임원 및 지회장, 전국 노인복지단체연합회 관계자 등 185명을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함께 했다. 원래 노인의 날은 내달 2일이지만 청와대는 행사를 앞당겨 치렀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당초 계획했던 것처럼 모든 분들께 (기초연금을) 다 드리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참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한 데 이어, 연금 수혜 대상자인 노인들에게 재차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는 기초연금 도입 배경과 관련해 "어르신들 중에는 가족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느라 정작 본인의 노후는 준비하지 못한 분들이 많이 계시다"며 "저는 어르신들이 노후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은 국가가 보장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지난 대선 때 모든 분들께 20만원씩 드리겠다고 공약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 경제가 다 어려워 우리도 세수가 크게 부족하고 국가의 재정상황이 안 좋아 비교적 형편이 나으신 소득 상위 30%의 어르신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어르신들께 매월 20만원씩 드리는 기초연금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발표했다"며 연금 축소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그래도 당장 내년부터 형편이 어려우신 353만명의 어르신들께 매월 20만원씩을 드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새 정부는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탄탄히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재정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소득상위 30% 어르신들께도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며 "노후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 드리고 1인1연금을 정착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수준인 노인빈곤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도록 저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은 "경제 상황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을 우리 노인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나라의 어른으로서 정부 재정이나 미래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무리한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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