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어제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의혹 진상규명 결과를 긴급히 발표했다. 법무부는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할만한 진술과 정황자료를 확보했다며 이를 근거로 청와대에 채 총장의 사표 수리를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발표문에서 "임모 여인이 경영한 카페와 레스토랑에 채 총장이 상당 기간 자주 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채 총장이 고검장 시절 임 여인이 부인이라며 사무실을 찾아가 대면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의 발표 내용은 실망스럽다. '혼외 아들' 의혹을 밝힐 증거는 없이 정황자료만 열거하고 있다. 몇 가지 정황으로 미뤄볼 때 채 총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확신한다는 것인데 비약이 아닐 수 없다. '혼외 아들'여부를 가리는 민감한 사생활 문제를 정황만으로 단정지어 발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의 명예가 달려있고 관련자들의 인권도 헤아려야 할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황이 아니다. 법무부 감찰 조사 전에도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할 만한 정황들은 언론 등에 이미 보도됐던 바다.
발표 시기와 형식도 적절치 못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있는 중요한 사안을 예고도 없이 금요일 저녁에 간략히 입장을 밝혔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초유의 사태란 점을 감안할 때 지극히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으며, 혹시 모종의 저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버리기 어렵다.
법무부 감찰조사의 한계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전자 검사가 필수지만 검사를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처음부터 법무부 감찰은 채 총장 사퇴 압박용이라는 의혹이 많았다. 법무부가 감찰에서 나온 정황 몇 가지를 들어 청와대에 사표 수리를 건의한 것은 감찰을 형식적인 절차로 삼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법무부의 미흡한 감찰 결과는 오히려 청와대와 법무부의 검찰총장 밀어내기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는 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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