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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국가의 마음을 잡아라

입력
2013.09.2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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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 1만여 세대 아파트 공사현장 헬기로 직접 보여 줘 80억달러 신도시 사업 따 내, 쌍용건설, 리콴유 수상ㆍ주요 발주처 인사와 끈끈한 인연으로 랜드마크 건축물 시공

2011년 4월 서울 잠실에서 이라크 관료들을 태운 헬기가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이 헬기는 곧장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한화건설이 1만2,000세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고 있는 현장. 전후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10만호 규모의 신도시를 추진 중인 이라크 입장에서는 입찰에 참가한 건설사의 실제 사업 수행 능력에 가장 관심이 있었다. 이를 간파한 한화건설이 공정률이 80%인 실제 현장을 보여준 것. 당연히 이라크 관료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한화건설은 지난해 5월 단일 해외건설 수주액으로는 최대(80억달러)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수주했다.

해외시장 진출할 때 해당국의 공직자들과 발주처의 실력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치열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승연 회장을 포함한 한화그룹 경영진은 정정과 치안 불안으로 경쟁사들이 주저하는 사이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의 사업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수주전을 밀고 나가 대어를 낚았다. 수주전 초반 한화건설은 유력한 입찰기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회사들과 달리 한화건설 직원들은 바그다드 시내 곳곳에 설치된 콘크리트 방호막과 불안한 치안상황을 보고 겪고도 조금도 불안해하지 않는 배짱을 보여 줬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신도시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몸으로 보여줬고, 이를 이라크 정부가 인정한 게 수주를 따 낸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건설 수주에서 절대강자인 쌍용건설은 국부 리콴유(李光耀)의 총리 재임시절부터 완벽한 시공능력으로 두터운 신뢰를 쌓아왔다. 쌍용건설은 1980년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래플즈시티복합건물 공사에 착수해 86년 완공했다. 현장 직원들의 근면함을 눈 여겨 본 리 수상은 85년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한국인들의 강인함과 근면성을 본받아라”고 치하할 정도였다. 이후 쌍용건설은 싱가포르국립실내체육관,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등 랜드마크 건물을 잇따라 수주할 수 있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싱가포르의 주요 발주처를 장악하고 있는 화교들과 막역한 유대를 맺고 있는 점도 수주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한ㆍ싱가포르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현지 화교 인사들과 서로 형제라고 부를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점을 바탕으로 쌍용건설은 랜드마크 건축물 시공을 뛰어넘어 최근에는 토목공사로 수주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공사가 싱가포르육상교통청이 발주한 마리나해안고속도로482공구(8,200억원)와 도심지하철 2단계 사업 921공구(7,000억원)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회사가 어렵지만 수십 년간 다져온 신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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