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6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구속 기소함에 따라 검찰과 이 의원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이 의원이 법정에서 다투겠다며 검찰 및 국가정보원 조사 과정에서 철저하게 묵비권을 행사한 데다, 검찰도 공판에 대비해 핵심 물증은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된 사건이라는 점과 내란음모 및 선동 혐의라는 자극적인 범죄 사실이 부각되면서 법정은 공판 때마다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 의원을 지하혁명조직(RO)의 총책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재판도 이 의원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의원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찬양ㆍ고무)도 적용했지만 초점은 형법상 내란음모 및 선동 혐의에 맞춰질 전망이다. 내란음모 혐의가 33년 만에 적용된 데다 판례도 거의 없어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내란음모는 2인 이상이 범죄 실행에 대해 합의하고 그 합의에 실질적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인정된다. 재판부는 이 의원과 RO 회합 참석자들이 내란음모에 대해 합의를 한 것인지, 합의 내용이 실질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지를 따져보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재판부에 물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시할 지가 재판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확보한 감청자료와 압수물품을 법원이 얼마나 증거로 인정해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녹취된 피고인들의 음성이 자백으로 간주돼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경우 검찰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 의원의 변호인들은 검찰과 국정원이 확보한 증거가 불법적으로 수집됐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칠준 변호사는 이날 "녹취록은 국정원이 '프락치'를 통해 위법하게 수집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녹취록 이외에도 물증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이 이 의원 등 RO 핵심 관련자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604점의 압수물을 확보했고, 다량의 이적표현물과 USB(이동식 저장장치), 수첩 등에서도 의미 있는 증거를 다수 찾아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소장에 RO 조직의 정확한 규모가 명시되지 않은 데다, 범행 일시와 장소 등도 명확하게 기재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이 의원 측은 법정에서 이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공판 전략상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관심을 끌었던 RO 조직원의 북한 접촉 여부, 북한으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았는지 여부도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는 빠졌다. 이 의원 변호인단은 이를 두고 "북한과의 연계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자신하고 있지만, 검찰은 "그 부분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 수사의 단초가 된 RO 조직 내 제보자를 법정에서 증언하게 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의원 측은 제보자가 입수한 증거는 어떤 것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제보자 증언을 두고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제보자가 심리적 압박으로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 부분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형식적인 법 조항 적용보다는 재판부가 이 의원의 언행을 몽상 수준으로 볼 것인지,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계획으로 판단할 지가 핵심 포인트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안사건 변호를 많이 맡았던 한 변호사는 "대한민국 사회체제가 RO 조직원들에게 무너질 만큼 허약한 구조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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