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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를 매개로 죽음에 대한 동서양의 관점 나눴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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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를 매개로 죽음에 대한 동서양의 관점 나눴으면”

입력
2013.09.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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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주제잖아요. 꼭두를 매개로 죽음에 대한 동서양의 관점을 나눴으면 해요. 유럽 사람도 꼭두를 보며 우리가 왜 사는 것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할까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유럽 4개국(독일ㆍ헝가리ㆍ벨기에ㆍ프랑스)에서 열리는 ‘꼭두, 영혼의 동반자’ 순회전을 마련한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은 “꼭두에는 죽음 이후 이상적인 삶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죽음의 의미에 대한 동서양의 교감을 기대했다. 꼭두는 상여를 장식하는, 사람이나 동물 형상을 한 나무 조각상으로 망자의 길동무다. 우리 전통 장례의 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꼭두는 26일부터 내년 4월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유럽에 한국의 생사관과 미적 가치를 전달하게 된다.

김 관장이 ‘꼭두 엄마’로 불리게 된 건 1970년대 청계천 고물상에서 버려진 조각상을 처음 접하고서부터. “방황하던 학창 시절 마음을 나눌 곳이 없었어요. 그런데 골동품 시장에 있던 여인 조각상이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죠. 그게 꼭두였어요.”

조각상에 ‘꼭두’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김 관장이다. 지금까지 모은 꼭두는 2만여 점. 전통 꼭두극과 공연문화 지원에도 적극 나선 김 관장은 2010년엔 ‘꼭두박물관’을 열었다.

넋을 현세에서 저승으로 이어주는 꼭두에는 우리네 평민들의 해학이 가득하다. 그만큼 죽음을 바라보는 김 관장의 시각도 여유가 있다. “죽음을 삶의 보편적 현상의 하나로 받아들이면 거꾸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바람직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죽음을 잊으면 물질이나 명예 욕심에 빠지기 쉬운 것 같아요.”

이번 전시회는 작년 영국 런던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꼭두, 또 다른 여행길의 동반자’전이 현지에서 호평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김 관장은 “다들 ‘이런 게 있었느냐’하는 반응이었죠. 꼭두가 세계적 유물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어요”라고 했다.

이번 순회전에 대한 김 관장의 기대도 크다. “유럽인의 시선으로 꼭두를 바라보면 가까이 있어서 우리가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고유한 측면이 부각될 수도 있겠죠.”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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