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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한 기초연금] 1억짜리 집 있으면 못 받고… 10억짜리 아들 명의 집에 살면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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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한 기초연금] 1억짜리 집 있으면 못 받고… 10억짜리 아들 명의 집에 살면 받고

입력
2013.09.2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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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의 한 빌딩 경비원으로 매달 130만원을 받으면서 홀로 사는 김모(67)씨. 경기 성남시의 1억3,000만원(공시지가)짜리 다세대주택이 김씨 재산의 전부다. 시집간 딸도 어렵게 살고 있어 용돈을 거의 보태주지 않는다. 김씨는 생활이 팍팍하다고 생각하지만 내년 2배로 인상되는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

반면 5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서울 강남의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외아들에게 물려주고 함께 사는 이모(65)씨는 내년부터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는다. 이씨는 집을 물려준 대신 의사인 아들로부터 매달 80만원을 용돈으로 받는다. 용돈이 들어오는 통장은 아들 명의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안이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만 최대 20만원을 주는 것으로 확정되자 연금 지급대상을 가르는 '소득인정액'이 문제로 떠올랐다. 노인들의 실제 경제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위의 가상 사례처럼 비싸지 않은 집 한 채가 있다는 이유로 생계형 벌이를 하는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못받고, 부유한 자녀와 함께 살고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부안처럼 선별적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할 경우 이 기준을 어떻게 바꾸어도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 딜레마다.

소득인정액이란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액수에 소득을 더한 것이다. 소득에는 임금과 공적연금, 예금 등은 포함되지만 자녀가 주는 용돈 등 사적인 이전소득은 포함되지 않는다. 주택, 토지 등의 재산은 소득으로 환산된다. 그러나 재산을 가족 공동 소유로 생각하는 관념이 남아있는 노인들은 집을 자녀명의로 하는 경우가 흔해 자산가라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노리고 재산을 감추는 일도 예상된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 노인들은 현금이 별로 없으므로 재산을 자녀들 명의로 변경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라며 "소득인정액 기준을 어떻게 바꾸든 현금급여를 주면 제도상 허점을 이용하려는 추세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복지패널(2009)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소득이 최상위 10%에 해당하면서 고령자가 있는 10분위 25만1,300가구 중에서 54.2%인 13만6,200가구에 노령연금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됐다. 저소득층인 3분위 고령자 가구의 68.1%, 4분위 고령자 가구의 58.6%가 노령연금을 받은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국민연금바로세우기연대가 9월 내놓은 '한국 노인의 소득 및 자산현황과 기초연금'보고서에서도 2011년 가구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노인가구(단독가구)의 15.9%가 노령연금을 탔다. 부자노인이 '세금으로 주는 공짜 용돈'으로 여겨 받아쓰는 경우가 상당한 것이다. 내년부터 바뀌는 기초연금도 소득 하위 70%를 정하는 기준은 노령연금과 같기 때문에 논란은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막을 길은 소득인정액 기준에 자녀의 재산까지 포함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보편적 복지의 흐름을 거스르는 정책이다. 근본적인 대안은 제외 대상 없이 보편적으로 연금을 지급하고 부유층에는 세금을 더 걷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주목받는다. 이재훈 민주노총 사회공공성본부장은 "모든 사람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한 어떤 기준이든 논란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캐나다처럼 모든 노인들에게 일단 기초연금을 주고, 고소득층의 기초연금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면 형평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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