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었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사자 군단'의 갈기에 매직 넘버가 따라 붙기 시작했다.
삼성은 25일 인천 SK전에서 극적인 역전승(7-3)으로 매직 넘버를 '5'까지 줄였다. 경기 전 7이던 숫자를 단숨에 두 개나 줄이는 데 성공했다. 2위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가장 먼저 확정했지만 자력으로 우승할 수는 없다. 삼성이 남은 7경기에서 5승만 거두면 출범 32년째를 맞는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3연패의 주인공이 된다.
연승의 힘은 역시 컸다. 엎치락뒤치락 하던 1위 싸움은 삼성이 최근 8연승을 달리며 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LG는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열흘 넘게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이제는 조금 힘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특히 전날 한화에 당한 일격(1-8)으로 사실상 정규시즌 1위는 힘들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1~4위 팀의 최종 순위는 여전히 예상하기 쉽지 않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까지 가봐야 한국시리즈 직행 팀, 플레이오프 직행 팀이 가려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하위 팀에 지는 건 1패 이상의 충격이다. 4강에서 탈락한 팀은 철저하게 잡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최근 9경기에서 한화(2연전)-두산-NC-두산-넥센-한화-SK(2연전)와 차례로 맞붙었다. 첫 경기인 지난 14일에는 한화에 3-4로 역전패, 팀 분위기가 무섭게 가라앉았지만 이후 하위 팀을 모두 잡으며 승수를 쌓았다. 여기에 두산, 넥센 등 함께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팀과의 일전에서도 막강한 마운드를 앞세워 기분 좋게 3승을 챙겼다.
삼성 선수들은 큰 경기 경험이 많다.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를 이길 줄 알고, 보이지 않는 팀 플레이에 능하다. 결정적인 대포 한 방이 경기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사실이지만, 홈런이 터지기 전 보여주는 철벽 수비와 베이스 러닝, 거의 완벽한 송구 플레이 등의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백업 멤버와 2군 전력도 탄탄해 주전들이 대거 빠진 사이 곳곳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줬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매직 넘버가 가동되자 무서운 집중력으로 연승을 달렸다. 2012년 9월17일, 당시 매직 넘버는 '12'였다. 2위는 롯데였고, 3위는 후반기 매섭게 치고 올라가던 SK. 승차에 여유가 있었지만 여전히 쫓기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9월18일 포항 한화전에서 '괴물' 류현진을 상대로 3-2 역전승을 거두고 매직 넘버를 '11'로 줄였다. 또 같은 날 롯데가 SK에 패하며 매직 넘버는 '10'까지 내려갔다. 이후 삼성은 9월20일부터 24일까지 4연승, 다시 27일부터 10월4일까지 7연승을 달리며 어렵지 않게 우승을 차지했다. 2011시즌 역시 매직 넘버 '9'를 남긴 상황에서 파죽의 6연승으로 류중일 체제 첫 우승을 했다.
삼성은 매직 넘버가 가동되면 더 무서워진다. 연승과 함께 페넌트레이스 대장정의 주인공이 되는 사자 군단이다. 류중일 감독과 선수단 앞에 사상 첫 정규시즌 3연패라는 대기록이 눈앞에 다가왔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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