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母子) 살인사건'은 피의자인 차남 정모(29)씨와 정씨의 부인 김모(29)씨가 어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패륜범죄로 드러났다. 정씨와 함께 경찰 조사를 받던 부인 김씨는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6일 인천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정씨는 부인 김씨와 공모해 지난달 13일 인천 남구 용현동 어머니 김애숙(58)씨의 집에서 어머니와 형 정화석(32)씨를 차례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정씨는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했으며, 형은 수면제를 탄 맥주를 먹여 잠들게 한 뒤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범행 당시 부인 김씨와 전화 통화를 하며 범행 수법을 계속 논의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씨는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다음날인 지난달 14일과 15일 부인과 함께 형의 차량을 이용해 모자의 시신을 각각 경북 울진과 강원 정선에 유기했다.
정씨 부부는 어머니 김씨와의 갈등, 도박 중독, 과소비 등으로 생활고를 겪자 6~7억원 대 건물을 소유한 어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7월 말 범행을 공모했다. 범행 흔적을 없애고 사체를 유기하는데 사용한 락스, 비닐 등도 함께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와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 드러나 25일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로 전환됐던 부인 김씨는 이날 오후 인천 남동구 논현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쯤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김씨의 집에서는 '전 결백합니다. 남편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자백을 하게 하기 위해 전 한달 간 설득했습니다'라고 적힌 2쪽 분량의 유서도 발견됐다.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던 김씨가 피의자로 전환된 지 하루 만에 자살하면서 경찰의 허술한 피의자 관리에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구속영장 발부 등 김씨의 신병이 확보되기 전 구체적 혐의를 언급해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씨도 체포되기 전인 18일 자살을 기도했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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