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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9월 27일] 최고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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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9월 27일] 최고의 대상

입력
2013.09.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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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이나 투정을 부리려는 게 아니고 냉정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며 말하는 것인데, 나에겐 최고였던 대상이 없었던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최고'란 몰입과 경외를 기꺼이 투여했던 절대적 타자를 가리킨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성장하는 동안 자신의 감정이나 의지를 몰입하는 절대적 대상을 정해두기 마련이다. 본능적으로 자신을 낳아준 모태를 물거나 빠는 영아를 제외한다고 해도, 유소년기의 아이에겐 가족이 그런 대상일 것이고 사춘기를 지나는 이들은 친구나 선배를 최고의 대상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또는 가수나 배우 같은 연예인을 몰입의 대상으로 두기도 한다. 누구든 자신이 정한 그 최고의 대상에 몰입하고 미치는 것이다. 철이 들고 성년이 된 이후에는 보통 자신이 투신하고 싶은 분야의 전문가나 스승, 또는 연인 등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마흔을 막 넘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대상이랄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민망한 고백임이 분명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나 역시 그 누구에게도 최고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누구에게도 미치지 못했다는 자각,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미침을 당한 적 없다는 자각, 이 깨어 있는 자각이 가져다주는 민망함이 매우 낯설고 난처하다. 더 늦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눈을 씻고 최고의 사람을 찾아야겠다. 여러분들의 사정은 좀 어떤가.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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