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와 비슷하게 편성하면서 건설업계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SOC 투자 패러다임이 대규모 사업에서 소규모 지역사업으로 바뀌고 있어 업계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내년 SOC 예산은 23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원(4.1%) 줄어든다. 당초 23조원에서 1조7,000억원을 줄인다던 공약가계부 계획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정부는 과도한 투자도 문제지만 경기침체 탓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연초부터 건설경기가 최악이라며 SOC 투자 확대를 주문해온 건설업계는 이번 예산안을 환영하는 기색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SOC 예산 감소폭이 예상보다 작아서 한숨 돌렸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SOC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투자 방향을 보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은 잠시 늦춰졌을 뿐이다. 정부가 앞으로 4대강 사업 등 건설업계에 큰 이익이 돌아가는 대형 SOC사업을 줄이고 소규모 생활밀착형 사업을 늘리겠다고 나선 탓이다. 당장 국토교통부 8개 SOC사업 부문 중 내년 예산이 증가한 부문은 항공∙공항과 물류 2개뿐이다. 도시철도 예산은 21.4%나 감소한다.
반면 국민에게 직접적인 지원이 돌아가는 소규모의 생활밀착형 사업 예산은 크게 는다. 낡고 빈 도심을 정비하는 도시재생사업 규모는 올해 5억원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48배나 늘어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도로 등 대규모 SOC사업을 줄이는 대신 주택바우처 등 생활밀착형 사업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OC 투자에만 의존하던 기업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체들이 해외진출이나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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