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위기를 맞았던 서울 경복궁 옆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 신축이 마침내 회생의 기회를 맞게 됐다. 25일 박근혜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가 이 호텔이 지어질 수 있도록 관련규제를 고쳐주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7성급 호텔은 대한항공의 오랜 숙원. 2008년 옛 미 대사관저 부지를 2,900억원에 매입한 대한항공은 이 곳에 관광호텔과 공연장, 갤러리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주변에 풍문여고 등 3개 학교가 있는 상황에서, 학교경계선 200㎙ 이내에는 원칙적으로 호텔 등을 지을 수 없도록 한 학교보건법 조항이 걸림돌이 됐고 사업승인을 위해 소송까지 냈지만 1, 2, 3심에서 줄줄이 패소했다. 6년째 이 땅은 공터로 남아 있는 상태다.
재계는 이 규제를 대표적 '손톱 밑 가시'로 주장해왔다. 관광대국을 지향하는 나라에서 단지 학교 옆에 있다는 이유로 '러브호텔'도 아닌 최고급 복합문화시설을 짓지 말라는 건 그야말로 낡은 발상이란 지적이었다.
결국 정부도 이 같은 주장을 수용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학습환경이 저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해성이 없는 관광호텔이 원활히 건립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와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올해 말까지 학교정화위원회 운영방식을 개선키로 했다. 학교 인근에 관광호텔을 지으려면 관할교육청 소속 학교정화위의 승인이 필요한데, 심의기준과 사업자 진술기회가 없고 가부만 통보해 왔던 현행 심의방식을 ▦사업자에 설명 기회 부여 ▦승인ㆍ불승인 사유통지 등으로 바꿀 방침이다. 또 불승인 처분이 내렸더라도 사업자가 사업계획변경 등을 통해 재심의를 청구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학교 인근 관광호텔 규제 완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복합문화시설을 건설하는 문화 랜드마크사업이라는 점을 재심의 때 거듭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낙관만은 하기 힘든 상황. 정부의 지원방침에 따라 큰 물꼬는 트였지만, 교육계가 재심의 때 순순히 통과도장을 찍어줄지는 미지수다. 교육환경 유해성 측면에서 관광호텔과 일반호텔을 얼마나 다르게 볼지가 관건인데, 대법원이 작년 6월 "관광호텔이 기본적으로 공중위생영업이나 풍속영업을 하는 일반호텔과 다를 바 없고 부대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유흥주점처럼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 터라, 대한항공 측은 여전히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법안처리를 둘러싼 국회심의과정도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할 서울중부교육청 관계자는 "관련법 개정의 추이를 보고 판단해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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