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하면 ‘어머나’? 대구선 ‘차차차’죠!
“대구에선 ‘어머나 장윤정’보다 ‘차차차 장윤정’이 더 잘나가는 거 아시죠?”
‘귀로 마시는 아이스커피’, ‘목소리가 택시비’. 12시15분~1시52분까지 TBN 차차차 MC 장윤정(39)씨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그녀가 마이크 앞에 앉는 시간은 식후에 졸음이 슬슬 밀려들기 시작하는 즈음이다. 활기찬 목소리와 톡톡 튀는 멘트로 운전자들의 졸음을 화들짝 깨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TV 리포터로 방송에 18년 동안 입문해 MC, 쇼호스트, 노래강사를 두루 경험한 까닭에 청취자의 마음을 읽고 호응을 끌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를 방증하듯 교통 관련 종사자 사이에서는 그녀의 인기가 ‘어머나 장윤정’보다 높다. 택시를 타면 택시비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운전자가 열에 아홉이다. 물론 돈을 안 낸 적은 한번도 없다. 그녀는 “택시 운전자 중에 골수팬들이 많다”면서 “팬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하다 보니 방송인으로서 매일매일 성장해나가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환갑잔치 대신 리사이틀 연 아버지의 ‘끼’
장씨가 방송에 입문한 것은 18년 전이었다. 영남대 성악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녀는 진로를 고민하다가 우연히 TBC 리포터 모집 공고를 접했다. 성악이 조금 고리타분하다고 느끼고 있던 그녀는 뮤지컬 쪽으로 진로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굶어죽는다”는 아버지의 반대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차였다. 첫 녹화에서 PD에게 “방송은 안 되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지만 아등바등 노력한 덕에 제일 잘나가는 리포터 중의 한 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톡톡 튀는 말솜씨와 활달한 성격이 방송에 ‘딱’이었다.
그녀의 끼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아버지는 2007년 호텔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다. “환갑잔치 대신에 콘서트를 열겠다”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흔쾌히 그러시라고 했다. 손님이 300명이나 몰려와 무명치고는 꽤 성공한 공연으로 평가받았다. 공연을 계기로 아버지는 가수협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끼’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다. 타고난 끼에 부단한 노력이 더해져야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 “30대 초반에 노래교실 강사를 한 적이 있는데 완전 묵사발이 됐어요. 아주머니들의 기를 못 이긴 거죠. 2년 전부터 제 이름을 걸고 노래교실을 열었어요. 각오 단단히 하고 시작해서 그런지 지금은 호응이 꽤 괜찮아요.”
삶의 경륜이 묻어나는 격언이나 배꼽 잡는 이야기, 19금 토크에다 튀는 의상까지 모두 아주머니들을 사로잡기 위한 그녀의 노력의 결과다. 체력이 바탕이라는 생각에 자정이 넘어 집에 들어가더라도 꼭 하루 1시간은 운동을 한다. 그는 “지금도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처럼 늘 긴장된다”면서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을 더하지 않으면 끼가 아무리 출중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대구서 만든 프로 서울로 수출하는 게 꿈
지금의 ‘근성’을 쌓는데 서울 활동이 도움이 됐다. 2007년 1년 동안 서울에서 활동을 했다. 홈쇼핑과 케이블 방송 사회를 하면서 소위 연예계의 속사정을 많이 알게 됐다. 적나라한 모습에 실망도 많이 했지만 그 덕에 배운 것도 많다.
“백지장 차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지방과 서울이 얼핏 격차가 큰 것 같지만 오십보백보예요. 조금만 노력하고, 요만큼만 더 가꾸면 중앙 연예인 못잖은 실력을 발휘할 지역 가수들이 많아요. 저 같은 경우도, 감히 컬투나 최화정을 넘보는 것도 그 속을 한 번 들여다봤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뜻 있는 분들끼리 힘을 합쳐서 과감하게 시도하면 지방에서 만든 프로를 중앙에 수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의 꿈도 있다. 당장이라도 음반은 낼 수 있지만 활동을 하기에는 금전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 다양한 방법을 구상중이다. 그중에 ‘가수 주식’이 있다. 팬들에게 십시일반으로 활동비를 지원받아 ‘뜬’ 뒤에 배당금을 붙여서 돌려주는 것. 그는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승부수를 던져야 될 때가 되면 과감히 나설 것”이라면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당장은 ‘차차차’를 정상에 올리는 게 급선무다. 그녀는 당장 여름휴가 특집 방송에서 일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바닷가에 전을 펴고 공개방송을 하고 싶어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훨씬 더 재밌는 방송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네요. 혹시 알아요, 청취율이 최화정을 넘어설지?”
그는 바닷가 공개방송이 실현되면 “2010년 최화정이 그랬던 것처럼 비키니를 입고 방송 진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자못 진지한 표정이다. 당찬 목소리에 설렘과 간절함이 동시에 묻어난다. 그의 인기 비결이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차차차 장윤정’, 기백만 놓고 보면 ‘어머나 장윤정’ 저리 가라다.
김광원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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