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LG전자 김성준씨 이종격투기 유망주를 17초 만에 KO!
‘반칙왕’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무료한 일상을 탈출하려고 프로레슬링에 뛰어든 은행원의 이야기로, 갑갑한 현실에 억눌려 있던 직장인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줬었다.
구미에 있는 LG전자 LED 라이트닝 사업부에 근무하는 김성준(33)씨도 회사에서 ‘반칙왕’으로 통한다. 그는 퇴근 후 이종격투기 선수로 변신한다.
첫 시합에서 17초 KO 승, 파란 일으켜 김씨가 이종격투기에 입문한 것은 2006년이었다. 초·중학교 때 익힌 태권도가 3단에다 고등학교 때 유도 2단을 딴 그였다. 이종격투기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격투기 무대 데뷔는 그로부터 2년 뒤였다. 첫 대회에서 그는 파란을 일으켰다. 2008년 여름에 벌어진 ‘슈토’ 대회에 -83kg 체급으로 출전해 A급으로 분류되던 상대 선수를 17초 만에 KO시켜버렸다. “작전이 주효했죠. 상대가 테이크다운이 주특기란 걸 사전에 파악하고 니킥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경기 시작하자마자 몸을 숙이고 달려들길레 바로 니킥을 날렸죠.” 이후 종합격투기에 푹 빠졌다. 준비하는 기간이 고통스럽긴 했지만 링에서의 성취감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경기가 잡히면 보통 3달 정도 준비를 한다. 퇴근 후 산악 마라톤을 비롯해 타격 훈련까지 하루 6시간씩 훈련에 매달린다. 그는 “승부를 떠나서 링에 올라 상대 선수와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취감을 준다”면서 “힘들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구미이종격투기 체육관의 정준성(40)관장은 “훈련을 하다보면 너무 힘들어 토할 때도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인내를 키우고 인격을 수양하는데 제일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는 날도 많지만 회사 생활에는 거의 지장이 없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이동우(38)반장은 “처음 그런 거친 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회사에서는 꾀부릴 줄 모르고 걱실걱실 일 잘하는 착한 후배”라고 밝혔다.
미스코리아 미모 여친 덕에 승승장구
최근에는 경기를 통해 잊을 수 없는 추억도 쌓았다. 2012년 6월에 구미에서 열린 ‘글래디에이터’ 이종격투기 경기에서 시합을 끝낸 후 여자 친구 이선교(37)씨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두 사람은 5년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나 첫눈에 짝임을 확신했다. 김씨는 여자 친구에 대해 “이종격투기로 치면 효도르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농담이 아니다. 이씨는 화장품 업체인 포셀코리아에 사원으로 입사한 지 1년 만에 부하 직원 50명을 거느린 지사장에 올랐다. 이것이 화제가 돼 여성지에도 여러 번 실렸다. 그녀는 모든 공을 남자 친구에게 돌렸다. “성준씨를 만난 뒤부터 모든 일이 술술 풀렸어요. 든든한 남자친구가 있어서 언제나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었던 게 좋은 성과를 낸 비결인 것 같아요.”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는 것도 위험하다며 말릴 법도 한데 “독특한 취미 생활로 회사 생활에 활력을 주는 것 같다”며 오히려 대찬성이다.
김씨는 “여자 친구의 응원과 격려가 회사 생활과 운동을 병행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된다”면서 “앞으로 1년에 2회 정도씩 시합에 출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5월에 결혼하면 10분을 위해 100시간을 훈련하는 이종격투기 정신으로 운동과 직
장, 그리고 가정의 행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고 말했다.
김광원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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