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비약적 발전이 더 이상 고령화 심화에 따른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 없게 된 것인가. 평균 수명 증가에도 불구, 의학의 힘으로 안정세를 유지하던 '조(粗)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자)이 지난해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증했다.
25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2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는 26만7,221명으로 전년(25만7,396명)보다 9,800명 넘게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가 심화한데다가, 2012년 1, 2월 한파가 몰아치면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사망률도 530.8명으로 2011년 대비 17명 늘어났는데, 이런 증가폭은 통계청이 관련 수치를 공표하기 시작한 1983년 이래 가장 높은 것이다. 83년 637명에 달했던 우리나라 조사망률은 추세적으로 하락해 2006년(495.6명)에는 500명대 이하까지 내려왔으나, 2010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선 뒤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통계청은 고령자 사망과 조사망률이 증가하는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70대(2,610명) 조사망률은 2011년(2,623명)보다 하락했으나, '8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증가(9,245명→9,466명)했다. 올해에도 일기가 비교적 온건해지면서 지난해보다는 낮아졌으나, 6월까지의 누적 사망자(13만4,500명)는 2011년(13만300명)보다 4,000명 이상 증가한 상태다.
통계청 관계자는 "평균 수명의 증가와 사망률 감소가 공존하는 고령화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가 고령 인구 사망률이 증가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2030년부터는 사망률이 출생률을 넘어서 총 인구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