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야심만만하게 추진중인 상하이(上海)자유무역시험구에서 그 동안 정치적 이유로 봉쇄돼온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물론 뉴욕타임스 사이트 접속이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 통신 회사들이 이 곳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 상하이자유무역구 안에서는 인터넷 접근에 대한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외국인이 상하이자유무역구에서 자유롭게 투자하고 행복하게 일하게 하려면 이들이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페이스북에 들어갈 수 없고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을 수 없다면 그들은 상하이자유무역구가 중국의 다른 지역과 다른 게 무엇인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2009년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 유혈충돌 당시 위구르계 반체제 인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시위를 독려하는 글을 올린 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전면 차단해왔다. 이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특히 지난 몇 년 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은 이 때문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사회적 안정을 위협하는 서방의 정치 도구로 인식해왔다. 중국은 지금도 민감한 단어의 검색은 아예 막아 버리는 등 '만리방화벽'(만리장성과 컴퓨터 방화벽의 합성어)이라 일컫는 강력한 인터넷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총리 일가의 막대한 재산 의혹을 보도한 뒤로는 뉴욕타임스 사이트 접속도 막힌 상태다. 중국에서 현재 접속할 수 없는 외국 언론사 사이트는 수십 곳에 이른다.
비록 상하이자유무역구로 국한했더라도 이번 인터넷 개방 조치의 의미는 작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앞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 10일 베이징(北京)을 방문, 차이밍자오(蔡名照)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과 만난 것(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상하이자유무역구의 인터넷 서비스를 외국 통신회사에게 개방한 것도 획기적인 조치다. SCMP는 외국 통신 회사들이 상하이자유무역구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신청하는 것에 대해 당국이 환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동안 중국의 인터넷 사업은 국영 기업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3대 통신사가 독점했다. 중국의 통신 시장 개방은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시절부터 추진돼왔으나 기득권 반발로 그 동안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3대 통신 회사들도 리 총리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터라 감히 반대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지난달 국무원 비준을 받아 공식 출범한 상하이자유무역구의 면적이 당초 28.78㎢에서 몇 년 후엔 상하이의 푸동(浦東)지구 전체를 포함해 모두 1,210.78㎢로 확대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이는 서울의 2배가 넘는 넓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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