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민주당의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ㆍ민생 살리기' 출정식이 열린 서울광장. 한결같이 검은색 바지에 흰색 셔츠 차림의 참석자과 달리 김한길 대표는 체크무늬 셔츠 차림에 수염도 덥수룩했다. 29일 동안의 서울광장 노숙투쟁을 마친 김 대표는 이날 흰색 물결의 배웅을 받으며 전국순회 노숙 투쟁의 길을 출발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원내외 병행투쟁 강화 방침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과의 전면전'을 선언하며 결기를 보였다. 그는 "이 시간 이후로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국회에 가 의정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의 강력한 원내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저는 전국순회 길에 나서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용맹 정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정식 후 김 대표는 참석 의원ㆍ당직자 200여명과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면서 "대선공약 이행하라""국정원을 개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사를 마친 김 대표는 전국순회 투쟁의 첫 방문지인 경기 의정부 신곡실버문화센터를 찾아 지역 노인단체 회원 40여명과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박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공약 후퇴 논란과 관련해 "대선 때 공약해 어르신 표를 얻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돈이 없어 못 주겠다는 것은 어르신들에 대한 배신행위이자 대단한 약속 위반"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지난 16일 국회 3자 회담의 내용을 소개하고 "부자나 재벌을 쥐어짜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답변이었다"며 "그래 놓고 돈이 없다고 노인들만 우려먹었다. 표 얻자고 어르신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도 괜찮은가"라고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향후 전국순회 투쟁에서도 복지에 민감한 장년층을 대상으로 정부의 공약 번복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주민들로부터 "평소엔 여야가 다투면서 세비를 깎거나 의원 수 축소 등의 문제에 대해선 서로 짝짜꿍하면서 합의하느냐"는 쓴 소리를 듣기도 했다.
민주당의 전격 등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노숙투쟁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은 국회안팎에서 여권을 압박하겠다는 일종의 '쌍끌이 작전'으로 풀이된다. 당내 강경파가 "사실상 빈손으로 등원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반발하는 가운데 김 대표가 노숙투쟁을 중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김 대표는 이날 경기 구리 신대촌경로당으로 이동해 전국순회 투쟁의 첫 밤을 보낸 뒤 25일엔 성남ㆍ안산 등에서 현장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로선 전국순회 투쟁의 기한이 없다"고 말해 전국의 마을회관이나 동사무소에서 풍찬노숙하는 김 대표의 투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의정부ㆍ구리=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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