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해 사상초유의 감찰 지시를 한 지 열흘이 넘은 24일 채 총장이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지만, 법무부의 감찰은 별다른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채 총장은 이날 소장 접수에 앞서 낸 입장문에서 "검찰총장이 조사대상자가 되어서는 전국의 검찰을 단 하루도 정상적으로 지휘할 수 없다"며 "앞으로 일방적 의혹 제기가 있을 때마다 검찰총장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의 감찰 지시가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법무부가 감찰 전 단계라고 밝힌 진상조사는 현재까지 별 소득이 없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의 친인척, 임씨가 운영했던 부산의 카페, 채 총장의 지인 등을 직접 찾아 다니며 탐문을 해왔다. 하지만 혼외 아들 의혹의 진위를 가려줄 확실한 증거를 아직 하나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또 임씨 아들이 다녔던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 학적부 열람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조선일보가 '채모군의 학교 기록에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있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로서는 황 장관이 강제수사 등 특단의 방법을 쓰기도 어렵다.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공직자의 비위사실에 해당하지 않아 감찰은커녕 수사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설익은 감찰 카드를 꺼냈다 코너에 몰린 황 장관은 지난 22일 고검장급 검찰 간부들을 만나 고충을 토로하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말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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