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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예단… 유행에 멍드는 신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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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예단… 유행에 멍드는 신부들

입력
2013.09.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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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 결혼을 앞둔 회사원 김보연(27ㆍ가명)씨는 24일 수첩에 직접 쓴 '결혼 준비목록'을 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달 초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펼칠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목록의 가장 끄트머리에 적힌 '애교예단' 항목이 주범이다. 현금 예단 2,000만원에 300만원을 주고 산 '예단 삼총사(반상기 은수저 이불)'까지 준비한 김씨가 애교예단을 알게 된 것은 3주 전 한 블로그에서다. 예단 준비는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며칠 전 애교예단비로 40만원을 더 썼다. 김씨는 "먼저 결혼한 예비 동서가 전통예단에 애교예단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고 고급으로만 해 왔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친정 엄마도 괜히 책잡히지 말고 할 수 있는 건 다 하라고 하셔서 울며 겨자 먹기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애교예단은 손거울 귀이개 동전주머니 등을 보석함에 넣어 예비시댁으로 보내는 것이다. 각각 '예쁘게 봐 주세요' '(저에 대해) 좋은 말만 들어주세요' '알뜰하게 살게요'라는 의미다. 여기에 전통한지에 붓글씨로 편지를 쓴 뒤 말린 야생화로 장식하는 '압화(壓花) 편지'도 시댁 어른들에게 정성을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애교예단의 본디 취지는 값비싼 예단 대신 저렴하고 아기자기한 물건들로 대신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몇몇 유명 결혼준비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입소문을 탄 이 새로운 예단들이 이제는 필수 예단으로 자리매김해 오히려 예비신부들의 부담만 늘었다. 가격도 온라인 예단업체에서 애교예단 한 세트에 30만~40만원, 압화 편지지는 3만~5만원을 호가한다. 50만원 가까운 돈이 추가로 드는 셈이다.

지난 7월 결혼한 전업주부 강모(33)씨도 애교예단과 압화 편지를 더해 예단을 꾸렸다. 강씨는 "요새 안 하는 사람 없다는 친구들의 말에 각각 37만원, 5만원을 주고 구입했다"며 "남대문이나 인사동에서 발품을 팔아 저렴하게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작은 돈 아끼려다 성의 없다는 소리라도 들을까 봐 자개로 장식한 30만원짜리 예단 케이스에 담았다"고 말했다.

11월 결혼을 앞둔 정모(26)씨는 예단과 예물을 생략하는 대신 애교예단과 압화 편지를 준비했다. 정씨는 "안 받고 안 주기로 시댁과 합의했지만 그래도 며느리 된 입장에서 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며 "말린 야생화를 편지지에 하나하나 붙여 3시간 만에 완성한 압화 편지를 보면서 '왜 여자만 며느리라는 이유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애교예단과 압화 편지가 유행하면서 관련 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 온라인 예단업체 관계자는 "애교예단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뒤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정도 늘었다"며 "예비신부들이 시댁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남들 하는 건 다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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