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금융' 논란으로 중단됐던 금융기관 수장들의 선임 절차가 속속 재개되고 있다. 기관장 사의 표명 등으로 경영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한국거래소 코스콤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뿐만 아니라 기업은행 신한금융 등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까지 잇따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대규모 인사 폭풍이 다시 몰아칠 태세다. 특히 민간 금융회사는 각자 정권 코드 맞추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한동우 회장 후임 물색에 착수했다. 한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아직 남았지만, 2010년 신한 사태의 후유증을 해소하고 지배구조 안정을 도모한다는 차원에 회장 임기 만료 3개월 전 차기 회장을 정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신한은 11월까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연내 회장 선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한 회장의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회장 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 특히 신한 사태는 한 회장의 연임을 가로막을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라응찬 전 회장의 차명계좌를 한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지주 차원에서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한 사태 항소심 공판도 11월 마무리될 예정이라 신상훈 전 사장 측의 움직임도 감안해야 한다. 자칫 논란이 커질 경우 외부 후보가 거론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상 금융당국의 퇴진 요구로 물러난 이장호 BS금융지주 전 회장처럼 민간 금융회사에도 언제든 정부 개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신한금융은 그간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던 광주은행 인수전에 23일 공식 참여하면서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초반 흥행을 이끌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회장 연임과 광주은행 인수는 연관이 없다"면서 "경쟁력 있는 내부 인사가 없어 한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지만 회장후보추천위가 외부 후보를 추천할 수도 있어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신한처럼 존재감 알리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주회장 격인 조준희 행장의 임기가 연말로 끝나 연임을 위해 정부의 지지를 얻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적자금 회수가 우선인 경남은행 매각에 기업은행이 합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새 정부 역시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 금융기관까지도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수장을 선호하고 있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신한, 기업 등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6월 인선작업이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된 금융공기업 수장 공모는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사장 공모절차가 진행중인 거래소, 신보 등에선 청와대 인맥설이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기보는 내년 8월 임기만료인 김정국 이사장의 사표로 조만간 공모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영남 모피아로 거론됐던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공모에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11월 임기가 끝나는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도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징계요구 조치를 받아 연임은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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