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유아들에게 제공되는 유치원 누리과정에서 초등학교 수준의 수학을 가르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방과후 특별활동에서 심각한 선행이 이뤄지고 있어 문제로 지목됐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24일 '유치원, 어린이집의 누리과정과 특별활동 수학 내용의 초등교육과정 선행여부를 살핀다'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최수일 사교육걱정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교사용 누리과정 지도서를 초등학교 1, 2학년 수학 교육과정과 비교 분석한 결과 초등 교육과정 이상의 내용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만 5세 유아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나오는 삼각형, 꼭짓점, 변 등과 정육면체(5학년 과정)라는 용어를 통해 입체도형을 배우고 있다. 또 초 1, 2학년 과정에서 손뼘이나 손가락 길이 등을 활용해 배우는 길이 개념을 누리과정에서는 센티미터(㎝) 등 단위로 가르치고 있다.
최 대표는 "초 1학년 1학기 교과서 첫 단원에서 숫자 1~5를 쓰는 과정이 다뤄지는데 이미 누리과정에서 1~20을 세고, 수식과 기호를 사용해 연산까지 배운다"며 "초등학교에서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고 핀란드, 독일 등에선 유치원에서 금지하는 문자 교육이 누리과정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누리과정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이정욱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실제 누리과정 내용과 교사용 지도서는 동일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앞서 지적된 부분은 앞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과후 특별활동에서 많이 쓰이는 유아용 수학 문제집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최 대표가 문제집을 분석한 결과 받아내림, 받아올림이 있는 연산, 세 수의 연산, 시계보기 등 초2 수준의 선행학습을 유도하고 있었다.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방문 학습지는 나눗셈과 심지어 십구단까지 암기토록 했다.
임미령 사교육걱정 영유아사교육포럼 대표는 "학습지 등 사교육 상품들이 어느 정도 선행을 다루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한 후 교재 선별 기준을 강화하는 등 특별활동에서 선행교육이 이뤄지지 않도록 교육부가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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