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23일(현지시간)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이란과는 핵개발 단계가 다르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유엔총회 일정을 수행하고 있는 로즈는 이날 뉴욕행 대통령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란과 북한은 핵확산방지조약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고 2006년 실험도 한 반면 이란은 아직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전례를 들어 이란의 적극적인 핵협상 요구를 '핵실험에 앞선 평화공세'라고 비판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답한 것이었다. 로즈는 "이미 문턱을 넘은 국가(북한)를 비핵화하려고 할 때 겪는 상황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며 "이란 문제는 핵무기를 갖기 전에 선제적으로 다뤄야 하며 이를 위해 이란 정권을 제재하는 한편 외교적 해결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즈의 발언은 일차적으로 이란의 핵협상 의지에 대한 호응으로 보인다. 그러나 로즈가 대통령 연설문을 도맡아 작성하고 외교정책에도 적극 관여하는 오바마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백악관 내부 기류를 보여줬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패트릭 벤트렐 NSC 부대변인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직후부터 핵보유국이 됐다고 주장해왔고 지난해 5월에는 개정 헌법에 이를 명시했지만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6월에도 존 케리 국무장관은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보지 않으며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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