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이 원점에서 재추진 하는 방향으로 결론 났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어제 방위사업청이 단독 후보로 올린 미국 보잉사의 F-15SE 기종을 부결시켰다. 방추위는 "기종별 성능과 비용 등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안보상황 및 작전환경 등을 깊이 고려해 부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단독 후보로 결정된 기종을 탈락시킨 조치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F-15SE가 차기전투기로 선정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사업 추진 주체인 방사청의 사업 진행 과정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방추위 위원 대다수가 부결에 동의했다는 데서도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물론 경쟁 기종인 미 록히드마틴사의 F-35A나 유럽항공방위우주연합(EADS)의 유로파이터가 예산범위(8조3,000억 원)를 초과해 입찰했기 때문에 나머지 기종인 F-15SE가 유리한 위치에 놓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최소한의 성능 기준을 통과한데다 선정이 불발될 경우 공군의 전력 증강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치중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요건인 성능을 외면하는 우를 범했다. 차기전투기 사업의 목적이 핵으로 위협하는 북한을 압도할 능력을 갖추고 주변국과의 전력 균형을 맞추는 것인데 무엇보다 이 점을 소홀히 했다.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는 면적을 최소화하는 스텔스 기능을 충족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구형 모델을 개조한 것으로 차세대 전투기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역대 공군총장 15명이 F-15SE 도입 불가 건의문을 낸 것도 기종의 효용성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군은 신속하게 사업을 재추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력증강 계획에 어느 정도의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을 서두르다 또 다른 졸속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예산과 도입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이 기회에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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