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집트 민중봉기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수년 전부터 미국이 자신을 권좌에서 몰아내려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이 24일 보도했다.
수감생활 동안 무바라크가 담당 의사와 나눈 사적인 대화내용이 이집트 현지 언론에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초부터 7월까지 담당 의사가 몰래 녹음한 것으로 무바라크는 의사와 대화를 나누며 "미국이 2005년부터 나를 축출할 계획을 세웠다"며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무바라크는 자신이 단독 출마한 2005년 대선 당시 미국이 야당후보 출마를 허용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이 암살 당하자, 부통령에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후 1984년 대선부터 네 차례나 단독후보로 대선에 출마한 무바라크가 2005년 대선에도 단독후보로 출마하려 하자 미국이 반대했다는 것이다.
무바라크는 "2011년 대선에서 권력을 넘기겠다는 뜻을 미국에 밝혔지만, 미국은 내가 아들 가말에게 대통령을 넘겨주려 한다는 헛소문을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무바라크는 미국의 거짓정보가 자신과 미국간 오랜 밀월관계를 깬 것은 물론 자신의 축출로까지 이어졌다며 미국과 이스라엘, 무슬림형제단이 공모했다는 항간의 음모론에도 맞장구를 쳤다.
무바라크는 "무르시가 미국과의 공모와는 별도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도 손을 잡았고, 아랍의 봄 당시 그들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에 올랐다"며 무르시와 그의 정치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을 싸잡아 비난했다.
무바라크는 또 무르시 전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을 몰아내고 통치 전면에 나선 이집트 군부에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무바라크는 군부 실세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에 대해 "무르시를 축출한 행동에서 그의 기만성이 드러났다"며 군부에 대한 섭섭한 속내를 드러냈다.
무바라크는 대화내용이 이달 중순 현지 일간 알윰 알사베아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자, 자신은 녹음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대화를 녹음한 의사를 상대로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 이집트 카이로 검찰은 담당 의사를 소환 조사하는 등 녹음 유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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