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23일 전격적인 등원 결정으로 국회정상화는 일단 시동이 걸렸다. 여야가 당장 정기국회 일정 협의에 돌입함으로써 이르면 내달 7일 국정감사가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정기국회에서 다룰 현안을 들여다보면 도처에 장애물이다. 정기국회가 여야 격전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대 뇌관은 국가정보원 개혁 문제다. 이르면 이달 말쯤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알맹이'를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대북파트와 방첩부문의 분리나 대공수사권 폐지, 예산의 국회 통제 강화 등 고강도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통일해외정보원'으로 아예 탈바꿈시키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반면 국정원이 제시할 개혁안에는 기존 국내파트를 축소하는 대신 통일기반 조성 및 역량강화, 경제안보, 새로운 위해요소 차단 등 3개 분야를 강화시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여당도 국정원의 자체 개혁안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3자회담에서 "직원들의 기관 출입을 금지하는 등의 안을 (국정원이) 만들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과 외국의 예 등을 볼 때 국내에서 대공ㆍ간첩 정보수집 활동을 지속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입장도 박 대통령과 궤를 맞추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논란도 뜨거운 감자다. 민주당은 검찰권 독립과 관련한 문제로 보고 법사위에서 불법사찰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무력화하려는 정권 차원의 음모로 규정하고 감찰을 지시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 탄핵 카드도 검토 중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공직자 윤리문제란 입장에서 진실규명을 압박하는 등 역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도 만만치 않은 현안이다. 박 대통령이 작년 대선에서 공약한 기초연금 도입이 당초 원안에서 후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당장 '대국민 사기극' 운운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정부안이 제출되면 보건복지위에서 다루기보다 국회 기초연금특위를 만들어 아예 백지화시키는 전략도 거론한다. 새누리당은 공약이 원안대로 가기 힘든 재정형편을 강조하면서 내부적으로 국민연금과 합쳐 혜택감소 부분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세법 개정안 통과도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정부가 지난달 마련한 수정안에 대해 대기업ㆍ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하며 대기업 법인세율 상향조정,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구간을 1억5,000만원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법안에서도 여야 입장이 크게 다르다. 새누리당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신축운영, 취득세율 인하,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을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자는 입장으로 8·28 전·월세 대책의 후속법안 처리에 힘을 쏟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를 당론으로 반대하면서 전·월세 상한제, 임대주택 대폭 확대 등으로 맞서고 있다.
이밖에 역사 교과서 논란 및 4대강 사업 국정조사 실시 등도 여야 격돌 사안이다. 민주당은 역사 교과서 논란과 관련해 교육부 검정시스템의 허점을 추궁하는 한편 교학사 검정합격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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