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 도로변에는 경찰 기동대 버스 2대와 미니버스 1대가 대한문을 둘러싼 채 주차돼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투쟁,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규탄 등 집회 시위가 잦은 이곳을 이렇게 막은 것은 무려 6개월째. 경찰이 의도적인 집회 가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높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쌍용차 시위가 열리기 시작한 4월부터 이곳에 버스 2대와 미니버스 1대를 상주시키고 있다. 최성영 남대문서 경비과장은 "인근에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데다 근처 대사관에서 외교관 등 주요 인사의 차량 이동이 많아 돌발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문 앞이나 서울광장에서 연일 열리는 시위로 인해 경찰 기동대 1개 중대(약 60명)가 항시 대기해야 하는데, 버스를 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집회를 가릴 목적은 전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집회를 하는 사람들의 시각은 다르다. 김정욱 쌍용차 노조 사무국장은 "당초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가 약속을 깬 정부가 시민들에게 문제가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해 의도적으로 시위를 가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최근 서울광장 재능교육 노조 농성장 앞에 버스를 세워두는 것도 같은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의 집회 현장 가리기에 대한 비판은 법조계에서도 나온다. 김두식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뒤쪽 등 찾아보면 주차할 공간은 많다"며 "하필 절박한 이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곳에 경찰 버스를 댄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질 나쁜 시위 방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뜩이나 권력을 갖지 못한 집단에 제공되는 정보가 빈약한 한국 사회에서 시위를 통한 주장까지 일반 시민들이 보지 못하게 한다면 권력의 비대칭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1년 헌법재판소는 불법집회 방지를 이유로 서울광장을 경찰 버스로 둘러싼 행위에 대해 '국민들의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엔 버스로 광장을 둘러싸 집회 장소 접근을 원천 차단했다는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는 '집회 가리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경찰이 공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점은 유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7월 대한문 앞 집회 당시 권영국 변호사 등 3명을 연행한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며 경찰을 규탄했다. 이들은 "경찰이 집회장소를 침범해 질서 유지선을 설정하는 등 집회를 방해했으며 위법한 공권력에 항의한 권 변호사 등을 체포, 연행한 것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질서 유지선은 집회 자유 보장과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설치됐고, 권 변호사 등은 경찰관을 폭행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으로 모두 적법한 행위"라고 반박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