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의 '마지막 회생카드'로 기대됐던 동서간 지원이 결국 무산됐다. 동양그룹은 계열사 매각을 통해 어떻게든 위기를 타개한다는 입장이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상환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오리온그룹은 23일 "동양그룹의 자금지원 요청과 관련해 해외 투자자와 주요 주주로부터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며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손 아랫동서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 보증을 요청했다. 동양그룹이 신용도하락으로 자체적 채권발행이 어려운 만큼, 담 회장이 오리온 주식을 담보로 넣어주면 5,000억~1조원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해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상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오너 차원의 문제해결'를 강조하며, 담 회장쪽에 SOS를 칠 것을 권한 상태였다.
하지만 현 회장과 담 회장은 지난 추석연휴 가족모임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담 회장 쪽에서 "개인주식을 담보로 넣을 경우 다른 주주들의 반발과 경영권 위협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담 회장이 백기사가 되기를 원했던 동양그룹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동양그룹은 어떻게든 계열사 및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오리온의 지원이 무산된 만큼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파워지분(약 5,000억원)과 동양매직(2,500억원) 등 덩치 큰 계열사 매각을 최대한 빨리 성사시켜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것. 하지만 CP상환문제가 본격화되는 시점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데다, 급매로 나온 매물의 속성상 제값에 팔기가 어려워 유동성 확보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로선 채권단 지원이나 당국의 협조도 기대하기 힘든 상태.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양그룹은 주채무계열도 아닌데다 은행권 여신도 5,000억원 미만이라 자율협약 등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어서 사실상 금융당국으로서도 손 쓸 방법이 없다"며 "대주주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법정관리 밖에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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