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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크거나 아주 작거나… 전자제품의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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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크거나 아주 작거나… 전자제품의 양극화

입력
2013.09.2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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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커지는 화면삼성-LG 초대형TV 경쟁에샤프, 가로2m 제품까지 시판스마트폰은 0.1인치 혈투 중● 작게… 더 작게스마트폰 불똥 맞은 카메라407g짜리까지 등장 업계 깜짝정수기는 A4용지보다 작아져● 대형-소형화 동시에냉장고, 900리터급 잇단 출시이불 두채 한번에 빠는 세탁기에3kg 벽걸이형 미니드럼도 인기

#LG전자는 이달 5일(현지시간) 독일 IFA에서 77인치 UHD 곡면 OLED TV를 선보였다. 바로 전날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라며 내놓은 65인치 곡면 OLED UHD TV보다 더 큰 제품으로 크기 경쟁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고 외쳤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TV 중 '크기 1등'은 삼성의 85인치 UHD TV. 두 회사가 화면 크기로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정수기 업계의 라이벌 코웨이와 교원웰스는 이달 잇따라 가로 길이가 30cm도 되지 않은 초슬림 정수기 신제품을 내놓았다. 둘 다 A4 보다 작은 크기라 주방이나 작은 사무실 어디서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전자 업계의 크기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건 '크게' 경쟁 뿐 아니라, '작게' 경쟁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전 세계 TV업계는 '크게' 경쟁이 치열하다. 큰 화면으로 현실감을 최대한 끌어올려 소비자들의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 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10년 33.2인치였던 TV화면 평균 크기(LCD TV 기준)가 지난해는 35.9인치로 커졌다. 심지어 샤프가 지난해 여름 선보인 전 세계에서 가장 큰 90인치 LCD TV는 가로 2m에 40인치 TV의 4대를 합친 크기에 무게도 64kg이나 된다.

스마트폰 역시 '0.1인치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달 초 내놓은 갤럭시노트3는 5.7인치로 지난달 팬택이 선보인 베가LTE-A의 5.6인치를 뛰어 넘는 최대 크기. 현재 LG의 G2(5.2인치), 갤럭시 S4(5인치) 등 주요 제품 모두 5인치를 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달 초 화면 크기 경쟁에 관심 없다던 애플마저도 삼성전자를 의식해 기존 4인치보다 큰 4.8인치에서 6인치 크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커지는 스마트폰의 불똥을 맞은 카메라는 갈수록 작고 얇아지고 있다. 소니가 이달 초 내놓은 고급형 디지털카메라 RX100-Ⅱ의 무게는 겨우 210g. 심지어 DSLR의 선두주자인 캐논은 지난해 배터리, 메모리를 달아도 407g에 불과한 EOS 100D를 내놓으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크고 무거워야 안정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벌이고 최소, 최경량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냉장고, 세탁기는 대형화와 소형화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위니아만도가 내놓은 저장 용량 940리터 프라우드 냉장고를 포함해 현재 삼성, LG, 동부대우 모두 올해 900리터 대용량 냉장고를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올해 팔릴 냉장고 10대 중 4대 이상이 800리터급 이상 대용량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크기 경쟁이 한창인 세탁기에서는 LG전자가 이불 두 채를 한꺼번에 빨 수 있는 22kg 용량의 트롬을 내놓으며 한발 앞서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동부대우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세계 최초 벽걸이형 3kg 드럼세탁기 '미니'가 1년 만에 3만3,000대 넘게 팔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장원부 상품기획팀 부장은 "1인 가구 비중이 24%에 이를 만큼 늘고 있고 작은 양의 세탁물을 제 때 빠는 게 낫다는 소비자 요구를 잘 읽은 것"이라며 "소형화 하는 대신 디자인과 성능에서 이전 제품보다 향상된 고급화를 추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시 1주일 만에 1만대 넘게 팔린 코웨이의 초슬림 '한뼘 정수기', 2년 7개월 만에 50만대 판매고를 올린 동부대우의 15리터 전자레인지의 인기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크기경쟁도 결국은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유선일 LG전자 전문위원은 "아무리 큰 냉장고도 폭 1m에, 1,000리터 용량은 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며 "기술력도 필요하고 원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크기를 키울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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