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댓글 사건 당사자인 여직원 김모(29)씨가 상관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고 법정에서 시인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의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외부 조력자 이모씨를 지난해 여름에 지인 소개로 2~3번 만나 인적 사항을 직접 받은 뒤 '오늘의 유머' 아이디를 5개 만들어줬다고 진술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어 "사실관계를 바로 잡기 위해 검찰 조사에서 올해 1월경 (자신의 법률대리인인) 강모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씨를 처음 만난 사실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허위 진술을 한 이유에 대해 "경찰 조사 과정에서 (상관인) 심리전단 3팀 5파트장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정당한 안보 업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경찰에서 허위 진술할 이유가 없지 않냐"고 추궁했지만, 김씨는 "당시 수사 상황이 워낙 언론에 많이 노출돼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만 답했다.
검찰은 김씨가 외부 조력자 이씨를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날 때 파트장도 함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도 캐물었다. 그러나 김씨는 "이씨의 얼굴을 익히려 했을 뿐 당시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11일 오피스텔에서 민주당 관계자들과 대치했을 당시 컴퓨터에 저장된 '메모장 파일'을 삭제한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공포스러웠다"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업무내용이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자발적으로 파일을 삭제했다"며 원 전 원장 등 상부의 지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씨가 인터넷 사이트에 직접 작성한 글과 찬반클릭을 한 내용도 일부 공개됐다. 김씨는 '무상보육 철회'와 '곽노현 전 교육감 유죄 판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남쪽정부 발언' 등에 대해 게시글을 작성했으며, '박근혜 역사인식 비판'글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반대' 클릭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씨는 "이슈가 선정되는 배경을 알지 못하지만, 지시가 내려오면 북한의 선전ㆍ선동이 있는 경우라 생각했기 때문에 안보 차원에서 (사이버 활동을) 실행에 옮겼다"고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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