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이 되는 기업의 총수일가 지분율 하한선을 공정위원회 당초 안대로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세이퍼하버'(안전한 은신처) 조항이 원안보다 크게 완화돼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23일 국회에서 비공개회의를 열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논의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의 총수일가 지분율 하한선을 상장 기업은 30%, 비상장 기업은 20% 선으로 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경우 규제대상은 상장사 30개와 비상장사 178개 등 총 208개 기업이 해당된다. 이는 43개 대기업 전체 계열사 1,519개(7월 기준)의 13.7% 수준으로,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 비판이 커지자 큰 틀에서 공정위 원안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세이퍼하버' 조항과 관련한 세부 내용은 원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예외 기준을 기존의 '정상가격과 차이가 7% 미만이고 연간 거래액 50억원 미만인 경우'에서 '정상가격과 차이가 7~8% 미만이고 연간 거래액 200억원 미만인 경우'로 완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상대방과 거래액 기준도 '내부거래율이 10% 미만이고, 연간 거래액 50억원 미안인 경우'에서 '내부거래율 10~20% 미만, 연간 거래액 200억원 미만인 경우'로 예외의 범위를 크게 넓혔다.
세이퍼하버는 사실상의 면책조항으로 해당 조항을 충족하는 대기업의 내부거래에 관해서는 공정위가 일체 들여다 볼 수 없다. 정부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규제 완화 요구를 수용할 경우,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를 막는다는 공정거래법 개정 취지가 사실상 실종되는 셈이다.
더욱이 경제 민주화 입법의 시금석과도 같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좌초할 경우 가맹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등 뒤이어질 경제 민주화 관련 법 개정 후속 작업도 낙관할 수 없다. 가맹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24시간 영업강요 금지 ▲매장 리뉴얼 비용 분담 비율 ▲예상매출액 서면제공 수준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새누리당의 또 다시 규제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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