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제 총선에서 집권 기민당(CDU)ㆍ기사당(CSU) 연합이 630의석 중 311석을 얻는 기염을 토한 결과다. 함께 연립여당을 이루었던 자민당(FDP)이 의석 배정이 가능한 5% 득표에 실패, 앞으로 사민당(SPD)이나 녹색당 등과의 연정구성 협상을 거쳐야 하지만 그의 3연임에 특별한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민ㆍ기사 보수연합세력의 득표율 41.5%는 지난 20년 사이 보수세력이 거둔 최대 승리로 기록됐다. 더욱이 남유럽 경제위기의 여파로 연립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했던 지난해 상황에 비추면 괄목상대할 만하다. 이번 승리로 메르켈 총리는 11년 동안 집권한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를 뛰어넘는 12년의 연임기록으로 여성총리로서는 최장 집권을 기록하게 된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외모처럼 강고한 보수 이미지를 부각했던 대처 전 총리와 달리 특별히 강하다거나 약한 이미지를 드러내지 않고서도 국민의 믿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보는 눈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독일 언론이 '엄마 지도력'이라고 표현하듯, 따뜻한 배려와 실용적 정책 수용 자세가 정치적 성공의 핵심이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원칙을 강조하며 쏟아지는 국내외 비난에도 꿋꿋이 견디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은근과 끈기의 지도력, 국민생활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그에 도움이 된다면 정파 논리를 떠나 과감하게 수용하는 생활밀착형 실용주의 노선 등이 내용이다. 특히 원전 폐지나 징병제 철폐, 복지 강화 등 전통적 보수파 노선과 동떨어진 정책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한 그의 포용력은 함부로 흉내내기 어렵다.
물론 운도 따랐다. 세계경제의 위기 상황에서도 독일 경제는 이내 안정적 성장세를 회복하는 저력을 발휘, 유럽연합(EU)은 물론 세계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 통일 후유증과 유럽통합의 부담을 너끈히 소화한 독일 경제의 저력이 메르켈 총리의 가장 든든한 정치 자산인 셈이다. 그의 '엄마 지도력'과 함께 독일 경제의 남다른 기초체력이 커다란 부러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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