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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5°/9월 24일] 채동욱 사태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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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5°/9월 24일] 채동욱 사태의 진실은

입력
2013.09.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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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 사태를 대하는 청와대의 입장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이 문제는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논란으로, 진실을 규명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말하는 진실이란 혼외자식의 진위 여부로, 이는 유전자 검사로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이 사안은 복기하면 할수록 여러 복선이 깔린 이상한 사건이다. 첫 출발점인 조선일보 보도부터 요상했다. 유명인의 혼외자식 스캔들은, 당사자의 고백이 아니라면, 통상 친자확인 소송 과정에서 불거진다. 채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과 자주 비교된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의 혼외자식 사안도 소송 과정에서 알려졌다. 최근 불거진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나 소설가 이외수씨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당사자 간 분쟁이 있을 경우에만 혼외자식 사안이 보도된 것인데, 이는 혼외자식 논란이 극히 내밀한 사적 영역인데다 당사자가 인정하지 않을 경우 사실 확인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언론사가 독자적인 탐사취재를 할 만큼 보도의 공익적 목적을 찾기도 어렵다. 조선일보 보도는 이 상식을 모두 깼다. 소송도 없는 상태에서 당사자 확인도 없이 '밝혀졌다'고 단언했다.

이런 비상식적 보도에 대응해'감찰' 지시를 내린 정부의 대응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였다. 혼외자식 의혹이 사상 초유로 현직 검찰총장을 감찰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 의문인데다, 채 총장이 유전자 검사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공개적인 감찰 지시가 내려졌다. 조속한 진상규명 때문이라지만, 민간인 대상으로 유전자 조사를 강제할 방법도 없는 법무부가 무슨 수로 조속히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묵묵부답이었다.

청와대가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것도 요상하다. 성(性) 추문에 휘말려 사표를 제출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모두 관련 의혹을 정면 부인했는데도 청와대는 진상 규명 전에 사표를 냉큼 수리했다. 청와대 해명대로라면 뭔가 논리적인 아귀가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사건 흐름인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고개를 드는 것은 '배후 음모설'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정보기관이 불법적으로 뒷조사를 감행했고 보수 언론이 외곽에서 이런 의혹을 터뜨린 다음, 정부가 신상털기 협박으로 채 총장을 밀어내려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채 총장과 청와대가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진위 여부를 떠나 이 사건을 보다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그럴듯한 해설이다.

물론 채 총장 사태와 관련해 혼외자식 진위나 권력기관 배후 개입설 모두 명쾌하게 사실이 드러난 것은 없고 의혹만 제기된 상태다. 그렇다면 당신이 만약 탐정의 위치에서 이 사건을 조사한다면, 어느 쪽의 진실 규명에 힘을 쏟을까.

사실로 밝혀질 경우의 가치를 따져보면 단연 후자의 무게가 압도적이다. 권력기관 배후 개입설이 사실이라면 채 총장 혼외자식의 진위와 비교할 수 없는 중대 사안으로 번질 수 있다. 혼외자식 의혹이 사실이라면 한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추락으로 끝나겠지만 후자가 사실이라면 정권의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방법론적인 측면은 어떨까. DNA라는 극사실에서 진실을 찾는 게 현명할까, 아니면 요상하게 진행된 상황의 맥락에서 진실의 실마리를 잡는 게 나을까. 근대 추리소설 속 명탐정의 원형인 셜록 홈즈는 어떤 사건을 다루면서 왓슨 박사에게 이런 말을 던진다. "명확한 사실만큼 기만적인 것이 없다네." 사실이 놓인 맥락을 살피지 못하면 진실을 놓친다는 뜻이다.

설령 채 총장의 혼외자식이 사실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청와대가 그것만으로 이 사안을 덮으려 할 경우, 그 사실 자체가 채동욱 사태의 진실을 가리는 기만적인 사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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