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처음 쓴 희곡으로 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이 작품을 눈여겨 본 중견 연출가가 무대에 올린다. 행운의 주인공은 손유미(동덕여대 문예창작과 3년)씨. 지난해 말 발표된 제 11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 달무리'를 시인이기도 한 연출가 최치언씨가 26~28일 서울 대학로 서완소극장에서 선보인다. 짧은 단막극으로 쓴 것을 작가와 연출가가 머리를 맞대고 1시간 10분짜리 연극으로 만들었다.
무당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혈연마저 끊지만 끝내 신내림을 피할 수 없었던 여인 삼대의 한 맺힌 이야기다. 작가 손씨는 박목월의 시 '달무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달무리 뜨는/ 외줄기 길을/ 나 홀로 가노라/…(중략) 옛날에도 이런 밤엔/ 울며 갔노라"는 이 시에서 달의 이미지가 신내림으로 엮인 여인들의 삶과 겹치면서 희곡이 태어났다. 어머니의 오랜 지인인 무녀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창작의 토대가 됐다.
극중 주인공은 무병을 앓는 젊은 여인이다. 핏줄이 당긴 것일까, 아니면 신이 이끈 것일까.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찾아간 섬마을에서 그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만나고, 어머니처럼 무당의 핏줄을 끊고자 애썼던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다. 바다에 몸을 던지지만 죽지 않고 살아나 결국 무당이 되는 주인공 영은 역은 원로 문학평론가 황현산씨의 딸인 배우 황은후씨가 연기한다.
이번 공연은 시인 강정이 연극 배우로 출연하는 첫 무대이기도 하다. 뛰어난 시인이면서 '침소밴드' 리드 보컬로 활동하며 다양한 문화 영역을 넘나들고 있는 그는 연출가 최씨의 권유로 어부 강복 역을 맡았다.
최씨는 "나이와 달리 가볍지 않은 주제를 소화해낸 작가의 개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한 무대"라며 "사흘 간의 짧은 공연이지만 이후 가능성을 지켜봐 장기 공연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