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8개월 만에 1,070원대로 떨어졌다. 18일 발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채권매입(양적완화) 유지 결정과 미 월가의 한국 투자 추천이 잇따르며, 외국인의 증시 매수가 크게 늘면서 환율 하락폭이 커졌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3원 떨어진 달러당 1,073.8원을 기록했다. 2월20일(1,076.2원) 이후 최저치다. 이날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채권과 원화 투자 전망이 밝다고 보도했다. 미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본부를 둔 투자사 웨스턴 에셋매니지먼트의 투자 전문가는 블룸버그에 "한국의 물가가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경제 기초여건이 견고하며 대외 여건도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긍정적"이라며 "한국 채권과 원화 투자 전망이 밝다"고 전했다. JP모건도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18일 Fed의 양적완화 유지 결정 이전에는 신흥국에 비해 기초체력이 튼튼한 한국으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고, 회의 이후에는 신흥국 시장 전반으로 자금이 유입 확대되면서 한국으로 더 많은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Fed가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원인이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판단에 근거로 한 것이니만큼 당분간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환차익을 노리는 외국인들이 경제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 투자를 더 늘릴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유지 전망에 국내 증시에 외국인 매수세가 늘어나고, 중국 제조업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원화 절상 속도가 빨라졌다"며 "23일 장 후반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다소 환율 하락폭을 줄였지만, 앞으로 1,050선까지 천천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세 덕에 국내 증시 전망도 밝아졌다. 19거래일째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이날도 이어져 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Fed의 양적완화 유지로 신흥국 경제에 대한 불안요인이 완화됐지만, 외국 투자자들이 구조적 취약성이 확인된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보다는 한국 대만 멕시코 등에 대한 주식투자 비중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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