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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합법 노조 박탈할 것" 밀어붙이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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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합법 노조 박탈할 것" 밀어붙이는 정부

입력
2013.09.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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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 사실상 합법 노조 취소 수순에 돌입했다. 전교조 합법화 후 14년간 유지해 온 규약을 문제 삼은 것이어서, 정부가 노사문제에 대해 강경 기조를 잡은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3일 "전교조에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개정하고, 해직자가 가입ㆍ활동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시정 요구했다"며 "다음달 23일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합법 노조 설립을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가 문제 삼는 조항은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전교조 규약 부칙 5조로, 현직 교원만 조합원이 되도록 한 교원노조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2010년부터 3년 이상 위법한 규약을 개정할 기회를 부여했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적극적으로 시정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부당하게 해고당한 교원들을 보호할 수 없다면 노조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에 고용부 시정 요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한달 뒤 노조 설립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전교조 조합원은 약 6만여명으로 사립학교 비리 투쟁, 교육감 후보 선거 운동 등으로 해고당한 교사 22명이 포함돼 있다.

해고자가 있다는 이유로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제 기준이나 학계의 견해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조합원 자격요건은 노조가 재량에 따라 정할 문제이지 행정당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정부에 조합원 자격을 제한한 법 규정을 폐지하라고 수 차례 권고했다. 또 지난 3월 정부가 이 같은 시정조치를 내릴 방침이라고 알려졌을 때도 긴급 개입을 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 대다수 교원노조는 퇴직자 해고자 대학생 등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10년 고용부가 취업한 자만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며 일시적 실업자와 구직자, 해고자도 근로자 범위에 포함시키고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부정하는 노조법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한국노동법학회 등 학계에서도 "해직교원도 교원노조법상 교원"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고용부가 2009년 조합원 중 해직자가 있다는 이유로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노조 설립을 취소했을 때도 '노조 말살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었다.

특히 해직자 관련 규약은 전교조가 1999년 합법 노조가 된 후 14년 동안이나 유지해온 것이어서 시정요구가 내려진 배경에 대해 의구심도 적지 않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고용부 측에서 이날 오전 규약에 대해 협의하러 온다고 해서 만났더니 일방적으로 시정요구를 통보했다"며 "방하남 고용부 장관이 사회적 합의와 국제 기준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급박하게 진행한 것은 청와대의 지시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지금까지 노사관계에 대해 뚜렷한 입장이 없던 정부가 강경 기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전교조가 다음달 노조 설립이 취소돼 법외 노조가 되면 단체협약 체결권, 노조 전임자 파견권 등이 박탈되고 사무실 임대료 등의 지원도 끊겨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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