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도 경색 정국의 분수령이 되지 못했다. 여야는 각기 다른 각도로 추석 민심을 읽고 대치를 이어갈 태세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민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했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원내외 병행투쟁 강화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이 국정감사 등 일부 정기국회 일정에 참여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투쟁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여야 대치 정국은 원내외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 황우여 새누리 대표대통령 사과는 지나친 요구… 우리가 야당 할 때도 국정감사는 포기 안 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2일 민주당의 원내외 병행투쟁 강화 방침에 대해 "국회를 외면하고 장외투쟁에 매달리면 야당만 손해"라며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황 대표는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는 국회선진화를 넘어 국회 효율화 방안을 고민할 때"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을 국회로 견인할 특단의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추석 민심을 어떻게 파악했나.
"역시 민생이다. 경기가 좋아져야 하는데 민생이 어렵다.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정기국회가 한 달 가량 문도 열지 못하는 상황을 질책하는 소리는 야당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3자 회담 결렬 이후 정국 경색이 심화됐다.
"결렬이 아니다. 대통령은 충분히 의견을 피력했고 많은 부분에서 의견도 합치했다. 다만 사과하라는 야당 요구를 대통령 입장에서는 들어주기 어려운 것 아닌가.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했다면 야당은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
-민주당은 병행투쟁 강화 방침을 밝혔다.
"병행투쟁도 좋지만 우선 국회가 돌아가야 한다. (국회 정상화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문제다. 국정감사와 예산안, 대정부 질문, 민생법안 처리 등 산적한 일을 내버려 두고 민생을 걱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야당할 때도 국정감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시청에 나가 있을 게 아니라 여의도로 돌아와야 한다."
-경색 정국에서 새누리당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야당이 여당을 상대해야지 왜 대통령만 쳐다보고 요구와 주문을 쏟아내는지 납득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인 동시에 행정부다. 국회가 자존심을 갖고 헌법상 기능을 정상화하면 행정부는 따라오게 돼 있다. 여당이 횡포를 부리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은 국정의 동반자로 의견을 충실히 표명할 수 있다."
-정국 정상화는 언제쯤 가능하겠는가.
"야당이 헌법과 국회법만 따르면 된다. 야당이 대통령을 만나겠다 해서 어렵사리 만들었고 더 이상 할 게 없다. 야당이 여당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줄 것도 없다."
-재보선이 분수령이 될 수 있나.
"재보선이 여러 군데여서 여야가 심판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뻔했다. 하지만 재보선까지 간다면 정기국회 절반을 낭비하는 것이라 역시 효율적이지는 않다. 이제는 (다수당의 일방적 독주를 막는) 국회선진화법에서 나아가 능률있고 효율적인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사과할 때까지 국회를 열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민주주의와 함께 얘기할 뿐 민생 외면한 적 없어朴대통령이 내치는 낙제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2일 오후 "우리는 민생을 한번도 외면한 적이 없다"면서 "다만 우리는 민생과 민주주의를 같이 얘기하고 여당은 민주주의는 얘기하지 않고 민생만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민생을 외면한다는 새누리당의 공격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시청 앞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인터뷰에 응한 김 대표는 피곤함과 비장함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_3자 회담 이후 정국 경색이 심화했다. 민주당의 민생 무시라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는 끊임없이 민생을 이야기 했다. 사실 여당이 민생, 민생 하는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민생이 나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고 나아질 조짐도 없다. 정부ㆍ여당이 민생을 나아지게 한 구체적인 예가 있느냐. 하나도 없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평가에서 내치부문만 떼놓고 보면 다 낙제점이다. 그만큼 민생에 대해 무능함을 보여주는 정권이다."
_원내외 병행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내의견이 많다고 했다. 국회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원내 투쟁을 강화한다면 국회활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23일 우리의 진로에 대한 토론이 준비돼 있고 좋은 결론이 날 것이다. 다 나라를 걱정하는 국회의원들이 아닌가."
_10월 재보선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제 1야당으로서 어떤 선거라도 포기할 수 없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다 준비하고 논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의 胎綏隙?나오는데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을 하지는 않았다.
_노숙 생활이 한달 가까이 돼 간다. 지겹지 않는가.
"(웃으며) 많이 익숙해졌다. 지겹다고 표현하면 안 된다." 김 대표는 향후 천막 농성투쟁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을 돌며 장외투쟁을 벌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자리도 주변 관공서나 동사무소, 복지회관 등에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추석 민심 보고 간담회'를 갖고 "3자회담 결렬도 안타깝지만 서민과 중산층의 고단하고 힘든 삶을 개선하려는 대통령의 절박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고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김 대표는 이어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요구에 '슈퍼부자를 지켜줘야 한다'는 입장을 말씀하셨고, 복지 공약 실천 요구에도 '기다려보라'는 답변만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선수 별로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추석 민심과 함께 향후 진로에 대한 의견을 듣느라 하루 종일 바쁘게 보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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