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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산상봉 후 금강산 회담' 원칙대로… 협상 여지 안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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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산상봉 후 금강산 회담' 원칙대로… 협상 여지 안 남겨

입력
2013.09.2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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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 사안은 금강산관광의 종속변수가 아니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일방 연기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의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봉 행사를 이용하려 한 북한의 속셈이 명백히 드러났다는 뜻이다.

'원칙있는 남북관계'는 박근혜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표방한 대북정책의 핵심 기조다. 상호 신뢰에 기초해 정치적 상황과 경제협력ㆍ인도주의 이슈를 분리 대응하되,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선(先) 이산상봉ㆍ후(後) 금강산 회담'이란 투트랙 접근을 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상봉은 다른 어떤 대북 의제와도 1대1일 매칭이 불가능한 사안인데도 북측은 또 다시 정치적 이유로 대화 국면을 깨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정부는 북한이 먼저 신뢰를 저버린 만큼 상봉 무산의 책임을 북측에 넘기면서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평통 발표 5시간 만에 나온 2쪽 분량의 통일부 대변인 성명은 무관용 원칙을 내세운 정부 입장이 그대로 묻어난다. 성명의 격은 낮았으나 내용 대부분은 "반인륜적 행위" 등 원색적 용어를 써가며 북한에 대한 강한 비난과 향후 단호한 대처를 강조하는 수사로 채워졌다.

정부는 특히 북한이 상봉 행사를 연기하며 이석기 사태를 거론한 의도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통일부 성명은 "우리의 헌법을 무시한 반국가적 행위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건마저 남북관계와 연결시키는 북측의 저의가 궁금하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산가족 행사와 전혀 무관한 남측 내부 문제를 들먹인 점만 봐도 상봉 무산의 책임 소재가 북측에 있다는 것이다.

추가 협상 가능성 등 퇴로를 열어놓지 않은 정부의 대응은 일관된 원칙을 지켜온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가장 확실한 예로 박근혜정부는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에서도 공단 폐쇄를 불사하며 7차 회담까지 가는 마라톤 협상 끝에 통행조치 개선, 공단 국제화 등 최근 수년간 북측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였던 상당수 의제를 관철시켰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은 이산 상봉 무기 연기 상황에 관계 없이 이번 주부터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등 정상화에 한층 속도를 낼 예정이다.

통일부 전직 고위관료는 "개성공단 정상화는 정치ㆍ경협 분리 원칙 아래 궁극적으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동시에 풀어나가겠다는 현 정부의 신뢰프로세스가 적용된 사례"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원칙적인 자세가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을 이끈 유일한 요인이 아닌 만큼 정부가 좀 더 유연한 대북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최룡해 총정치국장이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방중 및 방러를 통해 꾸준히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점도 남북간 극한 대립을 완화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 대화, 더 나아가 다자 대화에 합류하기 위한 매개로 남북관계를 활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국제정세의 틀 속에서 북한의 자세 변화를 유인할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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