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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에 자비를…" 교황 발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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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에 자비를…" 교황 발언 후폭풍

입력
2013.09.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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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즉위 이후 처음으로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동성애자와 낙태 여성 그리고 이혼자에 대한 '자비'를 촉구해 파장이 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이 가톨릭 교회 개혁을 향한 또 다른 청신호라는 찬사와 그의 종교적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는 비난이 엇갈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일(현지시간) 예수회가 발행하는 신문 '시빌타 가톨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 전체의 도덕적인 체계가 마치 카드로 지은 집처럼 붕괴할 위험이 있다"며 "가톨릭 교회가 사람들의 실질적인 생활 조건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동성애와 이혼 등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가톨릭 교회는 항상 개인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교회가 반대하는 관행들에 더 동정심을 갖고 이해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오늘날 가톨릭 교회가 가장 필요한 것은 상처를 치유하고 신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의 발언에 진보 진영에선 찬사가 이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종교 칼럼니스트인 앤드루 브라운은 21일 "흐루시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당 대회에서 스탈린을 공개 비난한 이래 이만큼 개혁적인 연설은 없었다"며 "내 생애 가장 환상적인 인터뷰였다"고 평가했다.

중도 성향의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전 세계 12억 가톨릭 교단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반겼고 CNN도 "과감한 새 방향" 등 미국 교인들의 다양한 반응을 전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한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았다. 미국의 가톨릭 주간지인 '내셔널가톨릭리포터'(NCR)의 매튜 아치볼드는 "교황이 고작 몇 마디로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인 마리나 하이드는 기고문에서 "교회와 무관한 무신론적 진보주의자들이나 반길만한 이번 발언이 교단의 실체적 변화를 상징한다는 생각은 순진한 것"이라며 "교황이 가톨릭이 맞긴 하느냐"고 혹평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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