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28 전월세 대책'이 성패의 갈림길에 섰다. '수익공유형 장기모기지'같은 금융지원책에 따라 주택 매매시장엔 다소 온기가 돌아왔다. 매매 수요가 늘면서 서울과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 거래가가 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마곡지구 등 아파트 분양현장도 활기가 감돈다는 소식이다.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수요 전환에도 불구하고 전셋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급기야 오른 보증금을 감당 못해 거리로 나서는 '전세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8ㆍ28 대책은 전월세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지만, 실제론 주택 매매시장을 활성화 하는데 초점을 뒀다. 주택구입자금 대출금리 인하나 소득공제 확대, 취득세 영구인하 등의 조치도 실제론 주택 구입 촉진대책이지, 전셋값 안정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매매 전환에 따른 전세 수요 감소가 전셋값 안정세로 나타나길 바란 정부의 기대가 무산된 만큼, 보완책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전세대란'을 막을 비상대책으론 역시 전월세 상한제를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전월세 상한제는 민주당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제시한 해법이다. 전월세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고, 전세 계약기간 2년이 끝난 뒤 세입자가 1회 계약 연장을 요청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해 주자는 게 핵심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추석 전 "과거 전세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릴 때 전셋값이 폭등한 사례가 있고,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하지만 영국이나 독일 등에선 주거비용을 공공비용으로 보고, 공정임대료(Fair Rent) 제도 등을 통해 주택 임대료 상승폭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에서도 서울 등에서 한시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비상대책으로 긍정 검토한 바 있다. 정부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저금리에 따른 임대시장의 자연스런 변화로 방치하면서 전셋값 상승을 묵인하고 있지만, 옳지 않다. 상황이 악화하기 전에 시장에 적극적 신호를 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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