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재개 협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사국들 간 공식ㆍ비공식 접촉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국ㆍ미국 대 북한ㆍ중국의 시각차가 워낙 커 당분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과 만나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촉구했다. 왕 부장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한 것이 중국과 미국의 공통 이익에 부합한다"며 비핵화 프로세스에 나서라고 미국을 압박했다.
그는 앞서 18일 열린 '6자회담 10주년 기념 국제 토론회'에서도 "조기에 6자회담을 재개, 반도의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여건 조성을 위해 중국이 중재자의 역할을 떠맡겠다는 의중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은 중국과 보조를 맞추며 가장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비핵화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유훈이다. 6자회담이든 보다 작은 규모의 대화든 현실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대화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갖춰졌다고 역설했다. 양측은 고위급 외교라인 인사들이 별도의 물밑 접촉을 갖는 등 공조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의 계속된 구애 공세에도 한미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미 국무부는 양국 외교장관의 회담 직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미국이 그 동안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못박은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가 전혀 이행되고 있지 않아서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이 최근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의혹을 받는 등 기존 합의(9ㆍ19 공동 성명) 정신을 위배한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도 "김계관 제1부상의 말처럼 '전제없는 대화'가 북한의 요구라면 먼저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입장과 의지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 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앞으로도 연쇄 접촉을 갖고 회담 재개 조건을 조율할 예정이나 기대치는 높지 않아 보인다. 27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앞두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다음주 케리 장관 및 왕이 부장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원칙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를 놓고 일본과 러시아까지 가세해 과거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재연된 형국이지만 '북한이 핵보유 의지를 버려야 한다'는 점에서는 북한을 제외한 모든 당사국들이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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