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가 지난해 12월 경찰관이 낀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 당시 부하 직원에 대한 지휘ㆍ감독 소홀을 이유로 직위해제됐던 여수경찰서장을 여수시민의 상 최종 후보자로 선정해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시는 현직 공무원은 여수시민의 상 수사 대상자 추천에서 제외된다는 관련 조례까지 무시하고 여수경찰서 측에 금고털이 사건 당시 경찰서장을 후보로 추천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는 최근 2013 여수시민의 상 심사위원회를 열고 김모(57) 전 여수경찰서장(현 전남경찰청 보안과장)을 향토방위 부문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김 전 서장이 지난해 열린 여수세계박람회 기간 치안활동을 잘했다는 등의 공로가 인정돼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김 전 서장은 여수세계박림회 치안유지활동 외에도 재임기간(2011년 7월~2012년 12월) 중 학교폭력 등 5대 폭력예방 활동과 지역 학교안전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점 등도 공로로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는 1999년부터 지역사회 및 향토문화 발전과 시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공헌했거나 시민의 명예를 국내외에 널리 알린 사람을 각급 기관 단체장 등의 추천 받아 지역개발, 산업경제, 교육과학, 향토방위 등 7개 부문에 각 1명씩을 시민의 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서장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삼일동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의 주범이 부하 경찰관으로 밝혀지면서 지휘ㆍ감독 책임을 지고 직위해제됐던 전력이 있는 데다, '여수시민의 상 조례'상 후보자로도 추천할 수 없는 '무자격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시 조례에는 '추천일 현재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자로서 그 직무와 관련한 공적으로 추천된 자는 심사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시가 지난 5월 공고한 시민의상 수상 대상자 선발 요강에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시는 이 같은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수상 대상자 추천 마감을 앞둔 지난 8월 여수경찰서 측에 김 전 서장을 여수시민의 상 수상 대상자로 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정재윤 현 여수경찰서장은 김 전 서장을 수상 대상자로 추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여수시가 스스로 시민의 상 권위를 떨어뜨리고 시민들의 명예를 또 한번 훼손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 정모(42)씨는 "경찰서장으로서 직무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인데도 여수시가 절차를 무시하고 상을 주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특히 우체국 금고를 턴 부하 직원 때문에 여수시 이미지가 땅에 떨어지고 이 사건으로 문책을 받은 서장에게 시민의 상을 주려고 하는 데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수시가 김 전 서장에게 시민의 상 수상을 밀어붙이는 데는 지난해 10월 터진 여수시 8급 공무원의 80억원대 공금 횡령사건에 대한 김충석 시장의 책임을 무마시키려는 꼼수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수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서장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김 시장이 김 전 서장의 공(功)을 치켜세워 자신의 과(過)를 덮으려는 치졸한 꼼수행정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며 "상을 주는 기관에서 먼저 수상 대상자로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정당한 평가가 될 수 없어 김 전 서장의 수상 추진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김 전 서장에 대해 수상 대상자 추천이 들어왔고, 김 전 서장의 공적 내용이 공적인 업무로 볼 수 없다는 심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김 전 서장을 후보자로 선정했다"며 "김 전 서장의 수상 여부는 23일 열리는 최종 심사위원회에 판단을 맡기겠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 전 서장은 "여수박람회 공으로 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위 권유가 많아 요청이 들어왔을 때 마다하지 않았지만 여수시민이 수상을 원하지 않는다면 고사하겠다"고 말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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