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 결렬 이후 강경론이 득세를 하는 분위기다. 전날 3자 회담이 소득 없이 끝나면서 한달 반째 이어온 장외투쟁의 출구 모색이 요원해진 탓이다. 당 지도부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에 가세하고 '원내외 병행투쟁 전면 재검토' 요구를 쏟아낼 정도여서 향후 강경 일변도의 투쟁이 사실상 예고된 상태다.
회담 다음날인 17일 최고위원-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을 겨냥한 불만이 가감 없이 쏟아졌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소통하지 않아서 불통령이고 답답한 국민 가슴에 불 지른 꼴이어서 불통령이다"고 비꼬았고 우원식 최고위원은 "불통을 넘어 독선과 아집의 정치를 보여줬다. 대통령과 대화를 통해 민주주의를 얻는다는 기대는 무망해졌다"고 비판했다. 여기에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대야당 경고성 발언까지 전해지면서 당내 격앙된 분위기는 정점에 달했다.
일단 박 대통령이 한치의 양보 의사가 없다는 생각을 공식화한 만큼 민주당에선 전면적 장외투쟁 전환 등을 모색하고 있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전면적 장외투쟁을 해야 한다는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많은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양 최고위원 외에 신경민 이용득 최고위원도 강경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내에선 장외투쟁의 수위를 강화하되 국회를 중심으로 한 현실정치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국정감사뿐 아니라 정부ㆍ여당에게 시급한 상법 개정안, 세법 개정안,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현안이 국회에 산적한 만큼 원내 투쟁을 통해 정부ㆍ여당을 견제하고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이날 귀향길 인사 차 서울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원내외 병행투쟁 중이며 한번도 국회를 버린 적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에서 더 강하게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실론의 배경에는 전면적 장외투쟁에 나설 경우 투쟁 동력 확보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도 섞여 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추석 연휴 직후인 23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이 전하는 지역의 생생한 민심을 들은 뒤 향후 투쟁의 방향과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