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증세 가능성에 언급했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라는 원칙의 미세한 변화를 시사했다. 내년도 복지예산이 사상 최대 규모인 1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세수 부족을 메우려면 증세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음을 박 대통령이 인정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지금 증세하면 경기가 더 꺼진다"며 다른 시각을 보였지만, 대통령이 여야 대표 앞에서 증세 가능성을 거론한 시의(時宜)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더욱이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감면만으로 늘어나는 재원 충당이 어렵다는 것 또한 분명한 현실이다. 다만 국민 공감과 동의를 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의 증세는 반발만 부른다는 점에서 특별한 지혜가 요구된다. 특히 어느 계층에서 얼마나 더 세금을 거둘까 하는 구체적 방안은 특정 계층의 강한 조세저항을 부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구체적 증세 방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도 많다.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감면 등의 정비가 그것이다. 그 동안 논란을 부른 자녀 양육수당과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 지출이 안정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복지 수혜자인 국민 모두가 무게는 다를지언정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분배에도 지혜를 나눠야 한다. 실질적 증세의 축이 될 비과세 감면도 기업의 고용과 투자, 연구개발 등과의 관련성도 세심히 살펴야 한다. 지난해 국세 감면 규모가 30조원에 달해 이를 정비하기만 해도 단숨에 세수를 늘릴 수 있지만, 무리해서 기업의 투자의욕 감소나 경쟁력 약화를 부른다면 세수 증대 효과는 희석된다.
그러나 사내 유보가 늘어나기만 하는 기업에까지 조세 감면 혜택을 지속하는 것은 어리석다. 흑자 기업과 상위 계층의 세부담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은 국민 다수의 고통 분담 결단의 조건이자, 법인세 인상의 디딤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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