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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후 분노조절 장애' 30대 남성이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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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후 분노조절 장애' 30대 남성이 범인

입력
2013.09.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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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이 숨진 도심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수도 워싱턴이 14시간 동안 공포에 휩싸였다. 테러 가능성에 긴장했던 수사당국은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남성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경찰과 총격전 도중 사망한 용의자는 9ㆍ11 테러 이후 정서적 장애로 분노조절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시간 동안 패닉에 빠진 워싱턴

현지 경찰 등에 따르면 용의자 애런 알렉시스(34)는 16일(현지시간) 오전 8시20분쯤 워싱턴 해군복합단지(네이비 야드) 내 해군통제사령관 건물의 식당과 홀에 있던 직원들을 향해 반자동권총 AR-15를 무차별 난사했다. 당시 건물에는 2,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목격자들은 "무장 괴한이 건물 식당 위층에서 아래쪽의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 시장은 "용의자 1명을 포함해 모두 1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날 총기 사건은 9ㆍ11 테러 12주년을 갓 지난 시점에 일어난데다 현장이 도심이라는 이유 등으로 워싱턴 전체를 테러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공범이 총기를 휴대한 채 도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워싱턴 교통이 오전 한때 완전 통제됐으며 사건 현장에서 4.5㎞ 떨어진 백악관과 2.1㎞ 떨어진 국회의사당은 물론 펜타곤(국방부 청사) 등에 안전요원이 추가로 배치됐다. 사건 현장 건너편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은 항공기 이착륙이 한때 금지됐으며 10개 초중고교도 일시 폐쇄됐다. 이날 밤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워싱턴 내셔널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도 연기됐다.

용의자 수와 인상 착의 등에 대한 목격자 진술이 엇갈리면서 사건 전모 파악에 난항을 겪던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이 이날 오후 10시 "테러가 아닌 알렉시스의 단독범행"이라고 밝히면서 14시간에 걸친 '워싱턴의 비상상황'은 해제됐다.

9ㆍ11 이후 분노조절 장애 겪어

알렉시스가 사망해 정확한 범행 동기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과 FBI는 그가 2001년 9ㆍ11 테러 당시 현장에 있었고 이후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알렉시스의 아버지는 "아들이 9ㆍ11 테러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참여한 뒤 분노조절 장애로 고통을 겪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그는 2004년 시애틀에서 자신의 집 근처에 자동차를 주차한 건설 노동자와 한달 가까이 실랑이를 하다 "나를 비웃고 무시했다"며 그의 차량 타이어에 3발의 총격을 가했다. 2010년에는 텍사스 포트워스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시끄럽게 떠든다"며 윗집에 총을 발사하기도 했다.

뉴욕 퀸스 출신인 그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해군에서 복무했으며 사건 발생 5개월 전까지는 포트워스의 태국 식당에서 2년 가까이 웨이터로 일했다. 올해 6월부터는 미국 해군과 인트라넷 장비 개선 계약을 한 컴퓨터 장비업체 휴렛팩커드(HP)의 하청업체인 더엑스퍼츠의 직원으로 근무했다. 알렉시스는 군 하청업체용 신분증을 갖고 건물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일부 동료들은 그가 차분하고 정감이 있다고 했지만 상습 음주, 여성 혐오에 총기 애호가라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언론들은 알렉시스가 비리 혐의로 불명예 제대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가 군에 대한 불만이나 자신에 대한 처우 또는 업무 과정 등에서 불만을 품고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총격 사건을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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