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좋긴요. 다 우리민족끼리 해야 되는 거 아닙네까."
17일 개성공단의 한 의류업체 생산공장에서 만난 50대 북한 여성은 다시 일터로 돌아온 소감을 묻자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른 데 가서 해봐야 좋은 데가 어디 있냐"며 주위 사람들을 향해 "여보게 일하자우"라고 재촉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틀째.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개성공단은 서서히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지난 4월 3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 제한 조치로 조업이 중단된 지 160여일 만이다.
하지만 북한 근로자들의 외모와 태도는 가동 중단사태 이전과 사뭇 달랐다. 조업 중단으로 삶이 피폐해진 기색이 역력했다. 입주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회의 때 코카콜라를 갖다 놓으면 절대 마시지 않았는데 이제는 모든 근로자가 콜라를 남김없이 다 비우더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북측 사람들이 죄다 살이 빠지고 새카매졌다"며 "몇 달 새 말라도 너무 말랐다"고 거들었다.
이 같은 남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탓일까. 북한 근로자들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당당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그간의 생활에 대해 묻자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모래 찜질도 했다"며 크게 웃기도 했다.
조업 중단의 여파는 이들의 마음속에 큰 생채기로 남아 있었다. 20대 중반의 여성은 '봉급(월 170달러)으로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느냐'고 묻자 "그건 남조선 사람들에게 물어보라"며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공단에 입주한 123개 업체의 가동률은 55~60% 수준으로, 북측 근로자 5만3,500여명 중 65% 정도가 출근하고 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기지개를 켜듯 여기저기서 모터와 쇳소리가 들리지만 정작 일감은 없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갑자기 문을 열다 보니 주문이 없다"며 "9월은 그냥 보내고 10월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왕에 공단을 열려면 좀 늦게 열 것을, 어중간하게 열었다"며 "(관리위원회가) 언제는 공장 가동을 하지 말라고 난리치더니 이제는 주문도 없는데 (생산시설을) 돌리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공단 업체들은 추석 당일 하루만 쉴 예정이다. 그간 허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아깝다. 추석 때는 남북 합동으로 차례도 지낼 예정이다. 한 공장시설 책임자는 "조업 중단 사태가 전화위복이 됐다"며 "남북간 신뢰증진과 제도 개선을 통해 공단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성=공동취재단ㆍ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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