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하나 때문에 졌다."
류현진(26·LA 다저스)이 홈런 한 방에 고개를 숙였다. 빅리그 두 번째 완투를 펼치고도 패전 투수 멍에를 쓰자 짙은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류현진 등판 때 부쩍 힘을 내던 팀 타선 역시 빈타에 허덕였다.
류현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8회까지 완투하며 2안타(1홈런)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투구 수는 100개였고, 삼진은 4개를 잡았다. 평균자책점은 3.07에서 3.03으로 떨어뜨렸다. 류현진이 8이닝 이상 던진 것은 완봉승을 거둔 5월29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역시 1회 징크스에 울었다. 1회 선두 타자 A.J. 폴락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1사 1루에서 3번 폴 골드슈미트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직구가 높게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홈런을 맞은 이후 안정을 찾은 류현진은 19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는 등 평소 모습을 찾았다. 그러나 류현진의 호투와 타선은 엇박자를 내며 1-2로 졌다. 류현진은 시즌 7패(13승)째를 떠안았고, 4연패에 빠진 다저스는 매직넘버(4)를 줄이지 못했다.
지난 12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애리조나를 상대로 6이닝 10안타 3실점으로 자존심을 구긴 류현진은 이번 리턴 매치를 단단히 별렀다. 지난 등판과 다른 볼 배합으로 상대 타선을 공략했다. 5개 밖에 안 던졌던 커브를 20개나 던져 카운트를 잡고, 체인지업(24개)으로 결정구를 꽂았다.
류현진의 집중력은 타석에서도 빛났다. 3회 첫 타석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삼진으로 돌아선 류현진은 6회 선두 타자로 나가 2스트라이크 이후 볼 4개를 잇달아 골라 출루했다. 류현진이 물꼬를 트자 1번 닉 푼토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무사 2ㆍ3루를 만들었고, 2번 마크 엘리스가 다시 볼넷으로 살아나가 1루 마저 채웠다.
이어 3번 애드리안 곤살레스가 좌익수 뜬 공으로 물러났지만 4번 야시엘 푸이그가 볼넷을 골라 밀어내기로 3루에 있던 류현진을 불러들였다. 이날 다저스의 유일한 득점이자 류현진의 시즌 다섯 번째 득점이었다. 역전까지 가능했던 다저스는 계속된 1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이닝을 마쳤다. 결국 이날 승부는 1-2로 끝났다.
LA타임스는 "투수가 8이닝 동안 안타 2개를 내주고 지는 것은 드문 일인데 류현진이 그랬다"고 전했다. 또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2안타만을 내준 류현진은 운 없는 패자가 됐다"며 완투패를 조명했다.
류현진은 오는 22일 샌디에이고와의 원정 경기에서 14승 사냥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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