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9월 18일] 토크 콘서트의 허실과 대화문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9월 18일] 토크 콘서트의 허실과 대화문화

입력
2013.09.17 10:21
0 0

추석 직전이면 어김없이 민심 챙기기, 대화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결실 없이 또 한번 타협의 과제를 안겨준 대통령과 여야대표 간 회담도 시기적으로 국민에게 대화의 모양새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의 결과였을 것이다. 추석엔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며 밑바닥의 여론을 형성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대중의 삶 속에 올바른 민심을 형성시킬 만큼의 실질적인 대화가 존재는 하는 것일까? 바로 옆 일차적인 사회 구성원과의 대화에는 인색하면서 대중 매체에서 특정인물들이 주고 받거나 연예인, 정치인들이 등장하는 대화의 장에 참여하는 것에는 관대한 것이 요즘 세태다. 내가 중심이 된 우리의 대화가 아닌 다른 사람의 토크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다. 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 고민해 보고 사실을 탐구했을 때 상대에게 질문할 수 있다. 이 때 비로소 공동탐구로서의 대화가 유지된다. 대중이 중심이 되는 작은 대화들이 많아져야 사회가 건강해 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대화문화라는 것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대화문화가 실종되면 특정한 몇 몇 주제에만 여론이 집중되고 사회는 양분화되며 갈등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강한 자기 주장 또는 자신만을 드러내려는 조직과 개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대화 문화다. 누가 봐도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 심어 주는 고난과 실패로 포장된 성공 콤플렉스에서부터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평론가와 정치인들 간의 감각적 토크 콘서트가 대표적인 예다.

엄밀히 말하면 정치인들은 대중에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세련된 방식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일부 대기업은 젊은 층에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홍보의 수단으로 대중을 향해 흥미로운 말 걸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방적으로 정보를 강요하던 과거의 소통방식과 비교하면 거부감도 덜하고 재미도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상화된 토크 콘서트의 재미는 연예인, 유명 정치인을 보고 동경하는 것이 아니다. 대화 그 자체가 역동적으로 이어지면서 콘서트 속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토크 콘서트는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는 대중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패널의 현실성 있는 조언을 바탕으로 콘서트의 주인공이 이를 현실화시키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대화의 장이다.

그런데 토크 콘서트라는 곳에 참여하는 대중, 특히 우리 사회 대화 문화를 이끌어 갈 젊은이들의 모습에는 척박한 현실에 기반을 둔 처절한 대화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성공한 사람들끼리의 대화를 듣고 그 대화에 소재거리를 던져주는 정도의 질문만 하는 모습이 공식화된 지 오래다. 유명 진행자, 성공한 누구, 대중적인 정치인의 위세에 그저 눌려있는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토크 콘서트 장은 언제나 박수와 환호만이 가득하다. 반대하거나 무언가 의견을 개진하기 위함이 아니라 볼거리를 찾아다니는 대중적 속성이 가득한 청중들만 존재하는 행사가 되었다는 비판이 일면 타당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토크 콘서트가 강연정치로 변질되어 철저하게 주인공이 존재하는 대화방식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대화문화를 이끌기 보다는 이미지와 대중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정치세력, 구시대적 소통방식 탈피의 상징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수 천명의 대학생을 한곳에 모아 두고 토크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멘토를 자처하며 열정, 도전, 희망의 반복적 레토릭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의 정책을 알리기 위해 장관들이 토크 콘서트라는 공간에 어색한 모습으로 나오는 것도 작금의 현실이다. 그들의 소통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그런 대담론의 추상적이고 규격화된 토크가 아닌 실천을 전제로 하는 구체적인 분야별 작은 대화 문화다.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된 세련된 수사,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토크에서 잠시 벗어나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바로 내 옆에 있는 가족, 스승, 소중한 누구와의 진짜 대화에 집중해야 할 때다. 스스로 정답을 찾는 과정을 거쳤을 때 대화도 가능해 진다. 이번 추석엔 껍데기 토크는 좀 멀리하고 진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