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경남은행 매각의 다크호스가 될 것인가, 흥행 들러리가 될 것인가.'
우리금융 민영화의 첫 단추인 산하 지방은행 예비입찰 마감(23일)이 임박한 가운데, 기업은행이 경남은행 인수ㆍ합병(M&A)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3일 경남은행 예비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일찌감치 경남은행 인수 의향을 밝힌 BS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경남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경남은행인수추진위원회의 3파전에 기업은행까지 가세했으니 금융당국의 바람대로 흥행 면에선 성공을 거둔 셈이다.
더구나 기업은행은 후발주자지만 부산은행을 주력 자회사로 하는 BS금융 및 대구은행이 있는 DGB금융과 달리 지역정서 문제에서 벗어나 있고, 경남은행인수추진위원회처럼 인수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지도 않아 일거에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그러나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당초 우리금융 민영화 취지와 어긋난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다. 경남은행인수추진위원회와 경남은행 노동조합이 "공적자금 돌려 막기" "정부 지분 68.9%을 보유한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을 국유화시키려는 시도"라고 강력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을 걸고 우리금융 민영화에 뛰어든 만큼, 매각가격을 높이는 등 분위기를 띄울 목적으로 기업은행이 차출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은행 측은 "중소기업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시너지효과가 클 것이란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업은행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증권가에서는 국책은행의 합세로 경남은행 가격이 시장가격(8,000억~1조2,000억원)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인수 후보자들의 경쟁과 경남지역의 양호한 대출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경남은행 매각가격은 1조3,6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우리금융 산하 지방은행 중 하나인 광주은행은 요란한 쟁탈전도, 복잡한 셈법도 없이 비교적 한산하다. 전북은행이 있는 JB금융과 광주전남상공인연합, DGB금융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인수 의지를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업계에선 신한금융의 광주은행 인수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지방점포망 강화를 위해 신한이 광주은행 인수를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산하 지방은행 우선협상대상자는 예비입찰 마감 후 예비실사와 본 입찰을 거쳐 이르면 11월께 결정될 예정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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