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문은 두 가지 측면의 관점이 있다. '혼외 아들' 문제와 권력기관의 이른바 '찍어내기' 의혹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중요성을 달리 생각할 수는 있으나 분명한 것은 두 측면 모두 명확한 진실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채 총장 사퇴 파문과 관련한 권력기관의 개입 의혹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어제 국회에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정원과 함께 채 총장에 대한 사찰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서울지검 공안부장과 '사찰 파일'을 공유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런 의혹은 이미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채 총장 사퇴에 대한 청와대와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입설이 수그러들기는커녕 확대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채 총장이 자신에 대한 사찰 정황을 진작에 파악하고 있었으며 어제 대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는 얘기가 나도는 등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권력기관의 개입 정황을 암시하는 것은 '혼외 아들' 논란이 일고 있는 당사자들의 개인정보 취득과정 의혹이다. 본인 외에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혈액형 등 개인정보는 국가나 수사기관이 아니면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수집을 누가 어떻게 했는지, 이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은 없는지 등이 제대로 규명돼야 하는 이유다. 민정수석실은 '사찰 파일' 존재 여부와 개인정보를 얻은 경로 등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
여론을 의식한 청와대의 '진상규명 후 사표수리' 방침에 따라 착수한 법무부의 감찰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혼외 아들' 의혹은 유전자 검사 외에는 사실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채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방편이었지 실제 감찰을 통해 진상규명을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실제 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법무부는 "감찰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가 방향을 선회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계좌추적과 통화내역 조회 등 꼬투리 잡기 식의 뒷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말이 감찰이지 사실상 검찰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수사가 이뤄져 후유증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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