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해 오던 전모(42)씨는 지난 4월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배우자의 불륜 즉석 확인비법'이라는 광고를 보고 접속했다. 홈페이지에는 199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시약을 바람 피운 배우자의 속옷 등에 뿌리면 정액에만 반응해 10초 이내에 빨강색이 나타나고 곧 진보라색으로 바뀌어 불륜을 알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전씨는 '불륜 시약' 1세트를 8만5,000원에 구입해 아내가 입은 속옷 등에 뿌렸다. 붉은색 반응을 확인한 전씨에게 시약의 제조ㆍ판매자인 이모(68)씨는 "아내가 바람 피운 것이 확실하니 흥신소에 의뢰해 확실한 물증을 잡으라"고 조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내는 완강하게 외도를 부인했고, 이혼 위기까지 가게 되자 시약을 의심한 전씨는 민간 유전자연구소에 정액 검출을 의뢰했다. 전씨는 아내의 속옷에서 정액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약에 대한 감정을 의뢰해 받은 답변은 "시약이 생수 소변 두부 우유 등에도 황갈색 또는 적갈색으로 반응하는 등 정액을 검출하는 특이시약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2010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산성에는 황색, 염기성 물질에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산ㆍ염기 지시약인 페놀레드 용액을 정액에만 반응하는 '불륜 시약'이라고 속여 928명에게 7,000만원어치를 판 혐의로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불륜 시약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니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터넷 등에서 검증되지 않은 불륜시약을 판매하는 다른 업체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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