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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9월 17일] 사실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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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9월 17일] 사실의 발견

입력
2013.09.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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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 일신상의 문제와 관련해 나날이 거세지는 사회적 논란에서 뒤늦게 '사실(Fact)'이 핵심어로 떠올랐다. 똑같이 '사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우선 확인 대상은 전혀 다른 두 가지 주장이 뒤엉켜 있다. 한쪽은 '혼외 친자' 여부, 다른 한쪽은 '청와대 압력' 여부를 먼저 규명하라고 주장한다. 현재의 진흙탕 싸움에서 둘은 서로 밀접히 이어져 있어서 어느 한 쪽의 사실 확인은 이내 다른 쪽 사실 확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 더욱 곤란한 문제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 일어난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어떤 사실도 쉽사리 객관적으로 확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여부가 애초에는 동시에 존재하지만, 관찰 행위에 의해 어느 한쪽으로 확정된다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은 소립자 세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흔히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얘기하지만, 인간의 관찰과 개입, 경험 축적 없이는 사실로서의 인식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실에서도 그렇다.

▲ 가령 '혼외 친자' 여부는 DNA 검사로 간단히 가릴 수 있지만, 아이 엄마가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실현 방법이 마땅찮다. 형식적으로 채 총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아이 엄마를 고소하면 실현 가능성은 커지지만, 친자 관계를 부인하는 채 총장이 조선일보는 몰라도 아이 엄마를 고발하고 나설 합리적 이유가 없다. 더욱이 DNA 검사에 매달리는 주장은 '청와대 압력'이라는 또 다른 사실 규명의 필요성이나 그런 인식에 대한 저항감과 맞닿아 있다.

▲ 거꾸로 이번 사건의 초점을 '청와대 압력'에 맞춘 시각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확대 해석 욕구와 이어져 있다. 채 총장 지휘 하의 검찰이 사건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게 주된 배경으로 거론되지만, 국민의 대체적 무관심에 비추어 정권 내부의 동요까지 무릅쓰며 사퇴를 종용할 만한 변수인지는 의문이다. 혹 아직 알려지지 않은, 권력 핵심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사건이라면 또 모를까. 사실에 대한 순수 호기심보다 진영논리만 나날이 웃자라고 있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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